brunch

매거진 This Is M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ire Kim Mar 29. 2024

B전무와 러브레터_에필로그

This Is Me #9_프리랜서 14년차를 소개합니다_영어PT코칭



B전무의 이름이 뜬 통화 화면의 전화받기 버튼을 실수로 눌렀다고 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도 솔직히 고객의 전화를 거절 할 배짱이 없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이번엔 도대체 무슨일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양가적인 감정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죄송하지만 CEO가 할 예상 질문을 메일로 보냈다며 답변을 오늘까지 번역해서 보내 줄 수' 있냐는 것이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 아저씨는 끝까지 자기 할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 인간이다, 두번째는 그나마 '만나서 해야 할 일이 아니니 다행이다' 였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쥐어짜서 번역을 보내고 난 뒤, 새로 추가한 견적서에 속성 작업비로 요율을 올려서 청구했다. 


B전무에 대항하는 내 마지막 자존심 값이었다.




그 뒤 6개월간 B전무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나는 그의 번호를 차단하지 않은건지 못한건지 모른 상태로 내비두었다. 




그리고 6개월 뒤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




"선생님, ***입니다. 지난번 처럼 영어발표를 또 급히 해야하는데, 시간이 되시나요? 제가 곧 전화드릴게요"




하지만 그 뒤로 그는 전화하지않았다.




나는 B전무에게 무슨일이 생긴건지 정말 0.00000001도


궁금하지 않았다. 혹시나 전화가 올까봐 마음 졸인 그 하루의 시간이 아깝고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 뒤로 3년이란 시간이 흘러 영어코칭했던 고객들 중 가장 진상으로 기억에 남는 고객님이 된 B전무를 생각하면,


20대의 햇병아리 사원시절 인에 박힌 노예근성이 떠올라 스스로 애처롭고 답답했다. 40대가 된 지금, 나는 3년전보다 더 단단해졌을까? 만약에 다시 B전무에게 연락이 오면 난 거절할 수 있을까...




생성형 AI의 등장이후 일이 반이상 줄어든 지금 상황에선 대차게 일을 거절하는것보다 견적을 두 배로 올리는게 낫지 않을까한다. 현실은 AI때문에 영어 코칭을 의뢰받을일도 안생기지만...

 상상속에서라도 나는 존엄하고 당당한 프리랜서로 존재하고 싶은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