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탐닉의 힘 02화

영어로 가장 듣고 싶은 말

I got you.

by Claire Kim


누군가 나에게 영어로 딱 한마디 위로를 해 줄 수 있다면,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만 느껴지는 진정성과 무게때문에 듣고 싶은 말이 있다.


I got you.


어려운 말은 단 한개도 없는, 딱 세 단어로 이루어진 간결하고 묵직한 힘의 위로. 비슷한 뉘앙스로 I feel for you.(네 맘 이해해)도 있지만 이 말을 쓰는 상황의 밀도는 전혀 다르다.


I got you는, 직역을 하면 '내가 널 잡았다' 정도 될텐데 사실은 '내가 네 옆에 있을게', '(너에겐)내가 있잖아'

란 의미로 쓰인다. 이 말의 백미는, get이란 동사를 '과거형'으로 썼다는 것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상대를 위로하는 말인데 한국어로는 '지금 옆에 있다, 또는 미래에 무슨일이 있어도 옆에 있겠다'는 의미이지만 동사는 과거이나, 현재의 절박한 상황과 불확실한 미래의 두려움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놀라운 단어이다.


요즘 정주행하고 있는 미드 Equalizer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도 바로 'I got you'이다.


원래는 덴젤 워싱턴 주연의 전설적인 영화, TV series이나, 내가 시청 한 것은 흑인 여성 배우 퀸 라티파(Queen Latifah)주연의 Equalizer이다. 덴젤 워싱턴으로 이 시리즈를 먼저 접한 팬들에게는 한 덩치하는 카리스마 흑인 여배우 버전의 Equalizer가 다소 가볍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싱글 맘으로 십대 딸을 고모와 함께 키우며 부정부패에 맞서서 싸우는 Queen Latifah 버전의 맥콜(극 중 이름, 덴젤 워싱턴도 같은 이름의 배역)에게 나는 머리가 쭈뼛서는 쾌감을 느꼈다.


왠만한 남자들 보다 더 덩치, 키가 큰 Queen Latifah, 게다가 올해 50세인 그녀가 액션 전문 남자 배우들만큼 정교한 액션을 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대신 그녀의 발길질 몇 번에,훅 한번에 세상 온갖 나쁜 악당들이 가을에 낙엽 떨어지듯이 다 날아가버리는데, 그녀의 덩치가 이보다 더 듬직하고 '합법적'일 수 없다.

그녀가 이 오토바이를 타고, 사건 현장에 나오면 블랙 헬멧에서 가죽 신발까지 완벽 그 자체이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버전에서는 화려한 액션에 비중을 둔 스토리 때문에 I got you란 대사를 Latifah만큼 많이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Latifah는 자신의 십대 딸이 친한 친구가 눈 앞에서 총을 맞아 죽는 걸 목격하고 악몽을 꾸다 소리지르며 일어났을 때에도, 자신을 도와 준 경찰 친구가 죽기 직전에 찾아 냈을 때에도, 반 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I got you!!라고 말한다.


Get이란 동사는 30년전 영어를 처음 접했을때 뒤적이던 책에서, 딱 3단어만 알면 거의 모든 말을 다 할수있다고 했던 단어 중 하나이다. 나머지는 have와 take 였다. 그 정도로 다양한 상황에 다 적용되는 동사인데, 내가 개인적으로 많이 쓰고 싶은 말은 I (you)got this 그리고 I got you이다.


I got this는 나 이거 가졌어가 아니라(물론 물건을 고르고 이렇게 말할 수있다. )내가 (이 상황을, 임무를)접수 했다. 나 말고는 이것을 더 잘 할 사람이 없으니 내가 알아서 할게! 라고 선언하는 말이고

I 대신에 You를 쓰면, 중요한 일을 앞에두고 자신감을 잃은 친구에게 쓸 수 있는 말이다.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은 상대에게, You got this! 라고 말할 때엔 왠지 상대의 눈을 쳐다보고 한 마디 한 마디 꼭꼭 씹듯이 말해줘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상황의 모든 분위기, 흐름 모두 다 너의 것이라고. 너니까 해낼 수 있다고.


Got이란 동사 하나가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의 관계성에 따라 얼마나 깊이, 넓게 증폭할 수 있는지, 곱씹을 수록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존재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옮겨가는 느낌이다.


I got you는, 지난 30년간 수도 없이 접했을 말인데, 왜 지금 나에게 더 깊이 다가 오는 것일까?


미드 Equalizer의 제목은 '균형을 맞추는 자'라고 번역됐다.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지만, 공정하고 공평해야할 법의 테두리, 사회 구조에서 더 소외되고 탈락한 사람들이 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 살아 있으나 죽음이 더 나을 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늘 존재해 왔다. Equalizer의 주인공은 이들이 마지막 남은 희망을 버리기 직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You got a problem? Odds against you? I can help you."

문제가 있나요? 전혀 승산이 없어 보이나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매일 아침 쏟아지는 뉴스속에서 무엇이 상식이고 비상식인지 구분이 모호해질 지경인 요즘, 맥콜이 I got you라고 말했던 상황이 나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고 바닥이 없는 절망으로 떨어지기 직전 이들의 손을 잡고 끌어올리며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말, 나도 현실의 무게와 암담함에 어디로 가야할 지 언제 이 폭풍이 그칠지 아무것도 확신 할 수 없지만, 네 옆에서 너의 손을 잡고 같이 서 있겠다고 할 때 하는 말,

I GOT YOU.


나는 누구에게, 이 말을 해주어야 할까?

또, 누구에게 이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덧)맥콜 역을 맡은 퀸 라티파는 예명인데, Latifah는 아랍어로 즐거움(pleasant)이란 뜻도 있지만 delicate, 연약한, 여린, 다치기 쉬운이란 뜻도 있단다. 자신의 '연약함'으로 다른 이들을 섬세하게 돕는 역할을 맡은 그녀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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