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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 후기

당신을 미쳐버리게 만들 영화



포스터 문구대로 <마더!>는 '당신을 미치게 할 문제적 영화'가 맞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이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인간 본성을 다뤘을 거란 예상은 짐작 가능했을 것.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상상 그 이상'의 작품이 탄생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상황들이 이어지는데, '문제'는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이다. 121분의 러닝 타임 동안 미스터리와 광기, 나아가 엽기적인 상황들이 연이어진다. 우리는 영화의 주인공, 그러니까 '마더'의 입장이 되어 상황들과 '맞서게' 될 것이다. 갖가지 상황들은 공포 그 자체다. 시종일관 들었던 생각은 '내가 저 여자였다면, 미쳐버렸을 거야'이다.





이 범상치 않은 영화도 시작은 평화로웠다. 마더와 그녀의 남편 둘만이 살아가는 낯선 집. 눈 앞에 펼쳐진 드넓은 들판과 적막이 느껴질 정도로 조용하던 공간에 낯선 손님이 등장하면서 펼쳐지는 이상한 상황들. 초대받지 않은 낯선 손님은 그의 부인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나아가 그들의 자식들까지 부부의 공간을 '침범'한다. 침범자들은 막무가내로 폭력을 휘두르고 제멋대로 타인을 대한다. 이기(利己)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들은 방문은 자꾸만 늘어간다. '심각'한 것은, 남편이 낯선 이들을 끌이는 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잠시간의 평화는 삽시간에 파괴된다.





미스터리가 스릴러로, 스릴러가 광기 가득한 엽기로 바뀌어가는 과정. 잘 짜여진 이야기라기보다는 미치광이들의 집합체를 나열한 것만 같은 영화 <마더!>. 그렇다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 작품은 '명백한 종교 영화'다. 비유와 상징들 모두가 노골적으로 표현돼 있다.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예수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성서 속 이야기들을 현실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다. 영화 속 미치광이들은 인류의 썩은 군상들이다. 폭력과 전쟁, 테러 등 온갖 이기로 얼룩진 인간의 모습들이다. 그 중 '마더'는 철저히 외로운 인물로 비춰지는데, 그녀의 존재는 태초의 대지를 의미한다. 순수하고도 평화 지향적인 마더는 이기의 군상들로부터 버림받고 폭력 당한다. 그런 그녀는, 끝내 분노 서린 광기를 표출한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마더의 분노에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마더의 남편은 창조주(신)였다. 그는 영화에서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모든 이들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나누기를 권하는 낙관주의자로 비춰지지만, 결국 영화 속 폐단까지도 그로 인해 기인된 것이다. 이기의 폭력으로부터 착취당한 한 여자의 참혹함을 통해, 희생당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영화 <마더!>. 영화를 감상한 후에야 메인 포스터 속 제니퍼 로렌스의 얼굴 위 균열과 부서진 자국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마더!>는 아프디 아픈 영화다. 보는 내내 미치광이들의 어이 없는 행동들 때문에 여러 차례 실소를 터뜨렸다. 그 동안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지적해왔던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마더!>. 여느 작품들보다도 강렬했고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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