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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희생부활자>, 엄마의 역할

사실 <희생부활자>의 내러티브나 연출을 칭찬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부분은 엄마의 역할, 즉 모성에 대한 것들이다.

7년 전, 예기치 않은 소매치기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 명숙이 살아 돌아온다. 검사 진홍은 '엄마가 돌아왔다'는 누나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향한다. '진짜 다시 돌아온' 엄마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고, 이를 지켜보는 진홍은 놀람을 너머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한데, 진홍을 보고 반가워해야 마땅한 엄마가 갑자기 눈빛이 돌변해 칼을 들고 진홍을 공격한다. 이 상황을 가로막는 사람들. 엄마는 정신을 잃고 수사시관에 잡힌다. 돌아온 엄마의 존재는 'RV(Resurrected Victims)'라 불리는 희생부활자였던 것이다. 좀비도, 귀신도 아닌 생소한 존재 희생부활자는 '억울한 죽임을 당한 후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을 의미한다. 과연. 명숙에겐 어떤 억울함이 존재했던 것일까.





희생부활자들은 진범에게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만 나타난다. 그들은 되돌아와, 진범들을 스스로 처단한다. 희생부활자들은 복수를 통해 진범의 죗값을 치르게 만드는 것이다. 되돌아온 명숙이 진홍을 공격했다는 뜻은, 진홍이 사건의 진범이라는 의미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국정원과 함께 수사기관에 소속된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희생부활자>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메시지를 던진다. 물고 무는 미스터리적인 전개가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다. 희생부활자들의 활약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스터리 범죄(수사)물의 색을 지닌 작품. 하지만 특별한 긴장감을 다분히 갖추지 못한 건 아쉽다.

엄마 명숙과 아들 진홍의 사건 사이에는 '모성애' 코드가 있는데, 결국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그와 일맥한다. 영화에는 명숙의, 그러니까 엄마의 역할이 충실히 전달된다. 이 점에서 필자는 미스터리물들보다는 가족드라마와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들의 성공(명예)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직접적인 가해자가 되는 자, 나아가 아들이 '진짜 인간다운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 뉘우치게 만드는 자. 다소 상반되는 관념이지만, 이 양면성을 동시에 행하는 자가 바로 '엄마라는 존재'가 아닐까.

무리수가 많은 소재인데다, 그 무리수를 자연스럽게 그려내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한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면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죄에 대해 스스로 뉘우치고 판단(인정)하여 죗값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 관념적으로는 '당연시'되겠지만, 현실에서 그것에 흔쾌히 대하는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이 점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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