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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로맨스, <리빙 보이 인 뉴욕>

'알고 보면' 훈훈하다!

<500일의 썸머>로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감독 마크 웹의 신작 <리빙 보이 인 뉴욕>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크 웹의 새로운 멜로 영화를 기다려왔던 관객들이라면 '반드시 관람해야 할 기대작' 목록에 넣어뒀을 듯한 영화. 운 좋게도 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나보고 왔다.


<500일의 썸머>와 비슷한 작품을 기대했던 관객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빙 보이 인 뉴욕>은 <500일의 썸머>와는 조금 다른 코드를 지닌다. <500일의 썸머>가 두 남녀의 로맨스에 집중했다면, <리빙 보이 인 뉴욕>은 로맨스는 물론이거니와 한 가족사의 범주까지 아우른다.





늦가을과 걸맞은 분위기를 감싸는 이 영화는 개봉 시기도 적절하다. <500일의 썸머>에서 떠나버린 썸머 이후 찾아온 어텀은 예상치 못한 인물이다. <리빙 보이 인 뉴욕> 속 어텀은 아버지의 내연녀다. 주인공 '토마스'는 뉴욕에 사는 평범한 청년이다. 글 쓰는 재능이 뛰어나지만, 출판사 사장인 아버지는 그의 재능에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가득한 토마스에게 아버지의 약점 하나가 더해진 것이다. 바로, '조한나'라는 매력적인 여성과 밀애를 즐기고 있다는 것. 이 위급한 상황에서 토마스는 아버지와 조한나의 관계를 떼어놓기 위해 미행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토마스와 조한나는 위험한 상황에까지 맞닿게 된다.

위험한 사랑 이야기는 이쯤에서 멈추고, 다른 '중요한' 인물을 언급해보겠다. 바로, 토마스의 이웃집에 이사 온 '제랄드'라는 남자다. 그 남자는 시종일관 미스터리함을 갖추고 있다. 토마스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자신에게 상담을 요구하는가 하면, 갖가지 경험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신(神)처럼, 그는 토마스의 멘토링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의 존재는 자꾸만 다른 상상을 하게 만드는데, 그의 참 존재는 영화의 끝에 이르러서야 드러난다.





멜로를 기대하고 갔던 이들이라면, 의외의 전개 때문에 의아해할 것이다. 물론, 멜로도 포함돼 있지만 <리빙 보이 인 뉴욕> 속에는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살아 숨쉰다. '알고 보면' 굉장히 훈훈하게 마무리되는데, 그래서인지 마크 웹 감독에게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느낌이다. 외도, 아버지의 내연녀와의 일탈, 가정의 위기 등 불안 요소로 이어지는 전·중반부에 반해, 후반부는 급 반전 요소를 한아름 안고 있다. 이 점은, 마크 웹 감독의 스토리텔링력을 입증하는 증거다.





토마스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데, 그런 의미에서 <리빙 보이 인 뉴욕>은 하나의 성장 영화로도 볼 수 있다. 무미건조한 삶 위에서 만난 일탈의 짜릿함, 그 짜릿함을 향한 욕망의 관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의 남다른 애착 때문에 젖어드는 죄책감, 아버지와의 삐걱대는 관계를 통해 감지할 수 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을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영화를 보는 동안, 우디 앨런의 멜로 영화들을 감상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전해받았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염탐할 수 있었고,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통해 복잡다단한 현실을 한 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차가운 계절, 훈훈한 영화 한 편 감상하고 싶다면 <리빙 보이 인 뉴욕> 추천. 끝부분에 등장하는 짙게 물든 단풍들이 펼쳐진 호숫가 장면은 많은 이들의 감탄사를 자아낼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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