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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

변화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변화를 원하는가. 그러면 환경부터 바꿔보라.


영화 <카모메 식당>의 여성들은 자신의 환경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상황과 사람들과 마주하고, 결국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나는 이 작품을 처음 만난 이후, 여덟 번 정도 감상했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동명의 원작 소설까지 찾아 읽었고, 작품 속 주인공 사치에 역을 맡은 고바야시 사토미의 열혈팬이 되어 그녀의 작품들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찾아 감상하기까지 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중독자'처럼 만들게 했을까.


내가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가 2009년이었다.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로 주거지를 옮겼을 무렵이다. 확고한 일자리도 없이 무작정 상경했던 나는 <카모메 식당> 속 미도리와 닮아있다. 그녀는 목적 없이 낯선 국가 핀란드에 도착한 외로운 인물이다. 미도리와 사치에의 만남 역시 우연에 의한다. 사치에의 식당을 찾는 청년 토미에게 정확한 만화 주제곡 가사를 알려주려다 만난 것이다. 그렇게 우연적 만남은 필연이었던 것처럼 둘 사이를 이어준다.


사치에는 어머니를 여읜 후 핀란드에서 일본인들의 소울푸드인 오니기리를 주 메뉴로 둔 '카메모 식당'을 운영 중이다. 찾는 이는 토미 뿐이지만, 사치에는 매일 규칙적으로 식당을 열고 닫는다. 홀로 운영하던 식당에 직원 한 명이 늘어나게 되는데, 바로 그 주인공이 미도리다. 미도리는 사치에의 제안으로 동거를 시작하고, 미도리는 그 대가로 사치에의 식당일을 돕겠다고 나선 것. '함께'의 가치가 발휘되면서, 카모메 식당은 느리지만 점진적인 발전을 해나간다. 시나몬롤과 커피를 팔면서, 그 향긋함에 식당 문을 열게 된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



출처: Daum 영화



한편, 이 식당의 협력자가 한 명 더 생기게 되는데, 그녀 역시 정체 모를 미스터리함을 갖추고 있다. 마사코. 그녀의 이름이다. 짐을 모두 잃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마사코는 아무 말 없이 사치에, 미도리와 함께하게 된다. 그 어떤 편견 없이, 각자의 사연일랑 뒤로한 채 기꺼이 친구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세 명의 일본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카모메 식당>.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우리 모두의 공감대를 자극한다는 점에 있다.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어 보이는 세 명의 여성들. 하지만 이들에게는 꽤 많은 공통점들이 있다. 먼저, 그녀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 즉, 외로움을 안고 있다. 마음의 허기를 갖고 있는 그녀들이 만나 서로의 빈 곳을 채워나가는 과정은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사치에가 선택한 일본인들의 소울푸드 오니기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한 입 베어먹는 순간, 마음 속 허기를 가득 채워줄 '영혼(과 추억)이 서려있는' 음식이 바로 소울푸드다. 이렇듯 영화는, 느리고 잔잔하게 진행되지만 마음 속 깊은 곳까지 감동의 파문을 선사한다.



출처: Daum 영화



이 여성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달째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매일 규칙적으로 유리컵을 닦는 그녀의 모습은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교훈을 선사한다. 큰 목표 없이 핀란드에 정착하게 된 미도리 역시, 삶의 교훈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뚜렷한 목표 없이도 우리의 삶은 흘러간다. 시간은 흐르고, 정처 없이도 나의 두 발이 기대어 설 곳은 있음을 일러준다. 하지만 미도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거면 된 거다.


<카모메 식당> 속 여성들은 결핍을 안고 있다. 허기진 마음을 따듯하고 든든하게 채워주는 상징물인 오니기리처럼, 영화는 어딘가 한 구석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삶에 염증을 느끼는 중이라면, <카메모 식당> 속 그녀들처럼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새로운 환경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 속 그녀들처럼 성공의 단맛을 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의 환경이 도전을 가로막는다고 여겨지면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실,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노력이다. 사치에가 매일 유리컵을 닦고, 미도리가 서툴지만 열심히 식당일을 도왔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고 모두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어디에 살든 어디에 있든 그 사람 하기 나름이니까요.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죠. 반듯한 사람은 어디서도 반듯하고, 엉망인 사람은 어딜 가도 엉망이에요.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사치에는 단언했다. "그렇군요, 주위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이군요."

- 책 <카모메 식당(무레 요코 저/푸른숲) p.148-149


이는, 환경보다 사람 그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떠남은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상황을 대하지 않는다면, 변화를 꿈꾸기도 힘들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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