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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은 도끼다>

박웅현이 사랑한 책들과 그가 제안하는 독서법


<책은 도끼다>는 '독(서)법'을 다룬 책이다. 장르읽기 등에 대한 정보전달식 독법이 아닌, 저자 박웅현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이 주를 이룬다. 깊이 들어가면 하나의 한 두 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그 책들의 저자에 대해 소개하는데, 그렇게 우리는 책을 통해 사람과의 만남을 갖게되는 것이다.


이 책의 도입부 '저자의 말'에서는 카프카가 <변신>에서 '저자의 말'로 작성했던 글이 인용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는 글….


아마, 저자 박웅현은 또 다른 책의 저자 카프카로부터 영향을 받아 이 책의 제목을 정한 듯 하다. 사실, 책에 대한 정의는 개개인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한계 때문에 책을 정의내리는 범위가 그리 크지 않을 뿐….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있어, 책은 도끼라기보다는 '도장을 찍는 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 바랠지언정 한 번 찍힌 도장은 내 뇌리나 가슴 속에 흔적을 남긴다. 도끼까지는 아닌 듯 하다. 그리고 책은 나의 '친구'다. 무릇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나눌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만, 내가 그들 속에 들어가 그 안의 주인공이나 저자와 함께 공감하고 때론 반박하며 소통할 수 있기에 나는 책을 '친구'라고도 표현하곤 한다. 친구라는 개념 속에는 멘토도 포함된다.


이 책에서는 감동, 울림, 낭만, 지중해, 속도를 늦추는 것 등의 '감성적인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거기에 앞서 '발견(들여다보기, 견문)'라는 위대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자주 언급된다.


저자가 좋아하는 발견, 들여다보기 라는 단어는 필자 또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데, 위대한 사상가나 문학가, 예술가들 모두는 '강력한 관찰력'을 지닌 인물들이라 생각해왔던 필자는 저자의 의견에 101% 공감했다. 무릎을 탁 칠 정도가 아닌 두 손바닥을 맞대고 싶을 정도로 이 부분은 전적으로 옳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책은 도끼다>의 장점은, 우선 대중적인 책들이 소개됐다는 점이고 단순한 책 소개나 독법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인문학적 요소'가 기반돼있다는 점이다. 사실, 모든 창작의 결과에는 작가의 사상이 반영돼있지만 그것을 한번 더 각인시켜주는 역할을 저자가 해낸 것이다. 자연과 인간세계를 오가며 펼쳐지는 책에 대한 감상은 우리에게 독서 그 이상의 사유거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독서를 '왜'하느냐에 대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그렇다. 물론, 배움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몸소 체험하여 얻는 것'일테다. 하지만 모든 경험들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혹은 경험 전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독서를 권하는 이유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면서 저자는 '독서를 하면 달.라.진.다.' 라고 표현한다.


한편, 저자가 주장하는 올바른 독법은 다독 콤플렉스를 벗고 한 문장 한 문장 깊이있게 읽으라는 것. 단순하게 읽으면 휙 지나갈 글이지만 '짚으면서' 읽으면 단어 하나 버릴 게 없는 것이 책이라고 말한다. 일일이 메모하고 줄을 쳐가며 읽는 저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독법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읽은 책들을 다시 한 번 읽고 또 읽으며,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재발견하는 재미도 즐기고 있다.


사실, 이 '느리게 읽고 다시 읽기'에 대한 독법은 이 책의 저자만이 주장하는 바는 아니다. 최근에 읽었던 <단단한 독서, 에밀 파게 지음>에서도 느리게, 그리고 거듭 읽기가 강조됐다. 수많은 독서가들이 주장한 이 방법은 거의 옳은 듯하다. 다른 주장들이 있다면 책이나 만남을 통한 이후, 기록해보겠다고 다짐하며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마무리한다.



읽기 쉽지만 가슴을 멎게 하는 좋은 글귀들과 책이 소개되는 <책은 도끼다>. '도끼'라는 압도적인 제목에 비해서는 유연한 책인 만큼, 독서에 대한 입문자들도 거리낌없이 시도해 볼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나 또한 '알랭 드 보통'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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