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다리는 마스다 미리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부터 감성적인 <그렇게 쓰여 있었다>는, 오로지 글로만 구성된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다.
대부분의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에는 만화가 주를 이룬다. 즉, 그녀의 이야기는 만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신간에서는 간단한 일러스트 몇 컷만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만화 속 위트를 좋아하는 필자는 약간의 의아함을 갖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 역시 '좋았다'.
이번 책에도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제법 솔직하게 쓰여있었다. 마치 그녀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듯한 느낌이다. 최근의 이야기들 뿐 아니라, 소싯적 추억까지 소환한 저자의 이야기들. 덕분에 필자 역시 지난 추억들을 회상하며, 배시시 미소지을 수 있었다.
작가와 친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늘 그녀를 속으로 '언니'라고 부른다. 누구나에게 그렇게 생각될 만한 인물이다. 공감 가득한, 그래서 무릎을 치게 만드는 위트 서린 글과 만화들을 통해 깊은 감동을 전해 받았기 때문이다. 작가 자체에 중독된 탓인지, 필자는 늘 그녀의 신간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이번 책 역시, 기다림에 대한 대가로 즐거움을 선사해줬다.
아직 마스다 미리를 모른다고?
그렇다면, 그녀의 책들 중 한 권만 접해보길 권해본다. 접한 순간, 그녀의 마력에서 헤어나오긴 힘들 것이다.
[책 속의 한 줄]
어른들의 길고 긴 대화가 부럽기도 하고, 또한 수수께끼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렸을 때의 나를 만나러 간다면 가르쳐주고 싶다. "있지, 어른들은 별로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 - 30쪽
포장된 장미를 조심스럽게 들고 집으로 향한다. 도중에 멈춰서 보름달을 올려다보고, 아, 동그랗구나, 하고 만족하면서 걷는다. 이미 '터덜터덜'이 아닌 '느긋하고 한가로운' 느낌. 집에 돌아와 장미를 꽃병에 꽂을 즈음에는 서글픔 따윈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 45쪽
내가 아주머니에게 도움이 되었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어. 그건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자신만의 '감정'이었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모든 것을 보고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던 몇 가지 감정과 함께 지금의 내가 있다. - 60쪽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어렸을 적 늘 생각했었다. 가족도 그대로, 나도 그대로. 영원히 이대로 변하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지금도 고령의 부모님을 보며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 79쪽
어렸을 때 혼자 즐겼던 놀이 중에 '외국인이 되어 풍경 보기'가 있었다. 전철 등을 탔을 때, '나는 일본에 처음 온 외국인이며, 눈앞의 풍경은 외국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거리를 바라보면 굉장히 신선했다. -97쪽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에 이런 멋진 대사가 나온다. "모든 것을 잃어도, 내게는 내가 있다." 그렇다. 언제라도 내게는 내가 있다. 더러워진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 117쪽
같은 벚꽃을 보고 있지만, 같은 벚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추억들이 섞여, 자신만의 벚꽃 풍경이 보인다. 이 사람들은 어떤 벚꽃을 느끼고 있을까? - 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