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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빙 빈센트>

고흐를 다룬 영화들 중, 가장 아름답고도 예술적인 작품

예고편과 마주하자마자 '꼭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 영화 <러빙 빈센트>. 고흐에 대한 깊은 애정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작 기간 및 방식이 관람 욕구를 드높였다.

고흐는 이른 죽음을 맞았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많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대부분이 자살을 죽음의 이유로 삼지만, 자살의 원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죽은 당사자 외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게 당연지사. 그래서 고흐를 다룬 대부분의 작품들에서는 그가 자살한 이유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곤 한다.

살아생전 800여 점의 그림을 남겼지만, 단 한 점 밖에 팔지 못했던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하지만, 그의 그림을 향한 열정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또한, 아카데믹한 그림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낸 그에게 붙여진 '천재적인'이라는 수식어 역시 틀린 것이 아니다. <러빙 빈센트>는, 고흐의 생애와 그림을 향한 열정,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들 모두를 아우른다.



이 영화는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영화 자체가 협업의 산물이지만 <러빙 빈센트>는 제작 배경만 들어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고흐가 남긴 130여 점의 명작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인 이 영화는, 107명의 전 세계 화가들이 협업한 거대 예술 작품이다. 이 영화의 시작은 감독 코비엘라의 '유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그가 제작한 2분짜리 단편 영상이 전 세계 제작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장편 영화 제작의 기횔으로까지 이어졌고, 이 프로젝트에 참가 희망한 화가들이 무려 4,000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들 중 오디션을 거쳐 최종 선발된 화가들이 이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해낸 것이다.

한 편의 멋진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전문 화가들 뿐만 아니라, 요리사와 클래식 자동차 복원가, 미술학도 등의 아마추어 화가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들은 2년 동안 1,009개의 쇼트들을 위해 6만 2,450여 점의 유화를 그렸다. 이후, 멈춰있는 유화들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단순 애니메이션 프로세스인 스페셜 페인팅 애니메이션 워크 스테이션을 개발, 적용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이 영화가 탄생되기까지는 '실제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다. 배우들은 고흐의 그림 속 인물들처럼 연기했다. 영화는, 그들의 연기 위에 유화가 덧입혀진 결과다.

이 놀라운 제작 과정과 더불어, 영화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고흐가 테오에게 남겼던 편지들을 유가족들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고흐의 살아 생전의 모습과 죽음의 의혹들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은 미스터리·추리물로써 손색 없다. 고흐가 죽음을 맞은 1년 후, 그의 과거를 쫓아간다는 설정 또한 참신하다.



흥미로운 스토리 뿐만 아니라, 고흐의 명작들을 고스란히 표현해낸 유화들의 퀄리티에서도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작품들 속에 등장했던 폴 가셰 박사, 그의 딸이자 고흐를 그리워하는 여인 마르그리트, 고흐의 임종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던 아들린 등과의 '입체적인 만남' 역시 흥미롭다.



오랜 시간을 거쳐, 전 세계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대형 프로젝트 <러빙 빈센트>. 우리는 이 영화를 10여 년 간 기다려왔다(기획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총 10년이 걸렸다). 10년의 시간과 그에 따른 노력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나는 이 영화를 '놀라운 예술품'이라 부르고 싶다.

<러빙 빈센트>가 '더 좋았던' 이유는, 고흐의 자살 이유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테오에 대한 애정과 그림을 향한 열정을 죽음으로 승화시켰다는 아름다운 결론. 그래서일까. (앞으로 더 놀라운 작품이 나올 법도 하지만)현재까지는 고흐를 다룬 작품들 중 가장 아름답고도 예술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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