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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有) 영화 <7호실>

결코 웃을 수 없는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결코 웃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 <7호실>. 쌉싸름한 상황들 때문에 보는 이들까지 진을 빼게 만드는 이 블랙 코미디는 미스터리와 코믹을 넘나들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제목에서부터 미스터리를 유발시키는 이 영화. 제목의 7호실은 DVD방 7호실을 의미한다. 이 비밀스러운 7호실을 사장 두식과 알바생 태정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이용한다. 둘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개인의 비밀을 들키려 하지 않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은 서스펜스와 코믹의 경계를 오간다.



가게 정리를 위한 두식의 아이디어로, 조선족 한욱이 DVD방에 알바생으로 들어온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라는 한때 번화했던 자리에 위치해있는 두식의 DVD방. 하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 월세만 축내고 있는 사정이다. 두식은 밀린 전기세도 내지 못한 채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한욱이 들어오자, 꽤 장사가 잘 되어가는 듯 보여진다. 부동산에서도 자리를 보러오는 등 좋은 징조로 향해가던 순간,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한욱이 전기 감전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게 된 것. 이 사고를 경찰에 알린다면 가게를 팔지 못하게 될 게 뻔한다는 걸 감지한 두식은 한욱의 시체를 7호실에 숨긴다. 두식에게 7호실은 '시체를 숨기기 위한 공간'이었던 것.

그렇다면 태정은 7호실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당장 급한 돈 500만원을 위해, 마약을 보관해주기로 한 것. 태정에게 7호실은 마약 보관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두식 때문에 7호실은 철저히 잠기게 되고, 마약 거래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오면서, 잠긴 7호실을 풀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게 된다.



각자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두 남자의 은밀한 맞대결. 결과에 대한 궁금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증폭된다. 사실 7호실에는 각자의 비밀 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두 사람의 양심, 돈(물질)도 포함돼 있다.

사회, 양심적으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두 사람의 행각은 결국 서로를 협력의 원인이 된다. 이 점 역시,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저 입장이었다면'이라고 가정한다면 저들을 보는 태도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배경이 된 7호실처럼, '헬조선'을 부르짓는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현실은 밀실처럼 어둡고 막막하다.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내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은, 양심마저 저버리게 만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영화의 끝에서 두 남자는 현실과 타협하고 욕망을 조금은 낮춘다는 점이다. 두식은 부동산의 제안에 타협해 가게를 정리하고, 태정은 두식으로부터 밀린 월급은 받은 후 마약을 폐기한다.

<7호실>은 현실감 넘치는 영화다. 몇 안 되는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졌음에도 긴박함과 미스터리를 맥을 늦추지 않고 조율해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다급한 상황에서 '톡'하고 튀어나오는 코믹 요소는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로 꼽을 수 있겠다. 현실은 달콤쌉싸름함의 연속이라지만, 영화 속에 그려진 현실은 쌉싸름함 뿐이다. 뭐 그래도, 스크린 안팎의 인물들은 현실을 살아나가야만 하는 존재다. 영화 속 인물들이 행했던 것처럼,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자신의 이득을 취해야할지에 대해서는 판단하는 자들의 몫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이 판단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탄생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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