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반드시 잡는다>

제목처럼 <반드시 잡는다> 속 인물들에게는 범인을 '반드시 잡아야 할 이유들'이 존재한다.

이 영화는 변두리 동네 아리동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들의 가해자를 밝혀나가는 수사물이다. 아리동의 터줏대감 심덕수. 그는 열쇠수리공이자, 월세를 받으며 혈혈단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의 일과들 중 하나는, 세입자들에게 월세를 독촉하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덕수는 세입자 최 씨 집에 월세 독촉을 하러갔고 그 다음날 최 씨는 목을 매고 자살한 것이다. 이웃들의 의심을 산 덕수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가 되고 만다. 유일하게 덕수를 동정해주는 20대 아가씨 지은. 그녀의 안위를 걱정하며 집을 찾던 중, 의문의 남성 박평달과 마주하게 된다. 평달은 형사였던 죽은 최 씨의 옛 동료다.





평달은 석수에게, 이번 죽음들이 사고사나 자살이 아닌 살인사건이라고 말한다. 30년 전 미제 사건들의 수법과 동일하다면서, 공소시효가 지난 옛 사건들의 흔적을 들춰낸다. 그러면서 평달은 석수에게 함께 범인을 찾아나서자고 제안한다. 그때부터, 사건을 잘 아는 평달과 아리동을 잘 아는 석수의 합동 수사가 시작된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나는 주역은 노인들이다. 늙고 힘 없는 노인들이 이뤄낸 극적인 드라마는 범인을 잡은 것과 동시에, 사회적 편견과 좋지 않은 사정까지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덕수와 평달에게는 범인을 반드시 잡아야 할 이유들이 존재한다. 평달에게는 30년 전 범인을 놓쳤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그래서 잡고야 말겠다는 책임감이, 덕수에게는 가까운 이웃들을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이 범인을 찾아내야만 하는 이유들이다. 그 마음은 약자를 강자로, 이기주의자를 이타주의자로 인지 전환시켜준다.

영화가 보여주는 '반드시 잡아야 할 이유들'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더불어, 영화에는 인간 군상의 다양성들이 존재한다. 연쇄살인범의 이해 불가능한 욕망과 그것을 억제시키려는 휴머니티들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반드시 잡는다>가 괜찮은 이유에는 장르적 특색을 곧잘 갖춘 것도 있겠지만, 천천히, 깊숙하게 스며드는 묵직한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기억의 밤>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