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예술의전당 전시
<마리 로랑생展: 색채의 황홀>

2018년 1월 24일 수요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마리 로랑생展: 색채의 황홀'을 관람했다.



마리 로랑생이라는 화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몰랐던 인물을 알게 됐다는 점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 명의 아티스트에게 홀딱 반하고 돌아오게 돼, 의미있는 활동이었다.



전시는, 마리 로랑생이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시대적 흐름에 따른 작품을 섹션별로 나눠 진행했다. 운 좋게도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더 풍성한 관람이 가능했다.


마리 로랑생이 활동하던 당시 프랑스의 예술 상황은 남성 지배적이었다. 대표적인 인물로 파블로 피카소를 생각하면 된다. 그 상황에서 마리 로랑생은 여성 대표 화가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지적인 관념과 아카데믹한 예술 세계를 거부했던 그녀. 그랬기에, 본능적인 독창성과 여성미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다수 선보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몽환적인 화풍과 색감은, 많은 관람객(특히 여성)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마리 로랑생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나를 열광시키는 것은 오직 그림이며, 그림만이 영원히 나를 괴롭히는 진정한 가치이다."라고 했을 정도로, 그녀는 심신과 상황의 조건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에 매진했다. 그 노력 끝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로 입지를 다진 그녀는 그림 뿐 아니라, 시인, 일러스트레이터, 무대 연출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연대별로 구성된 섹션 덕에, 마리 로랑생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했던 연인이자 남편 귀욤 아폴리네르와의 관계, 그와의 결별 후 함께하게 된 새 남편 오토 폰 바예첸과의 생활, 자신이 사생아임을 뒤늦게 알게 된 후 바뀌게 된 그림 속 남성들의 모습들, 훗날 자신이 좋아하지 않았던 노랑, 빨강 등을 활용한 대작 <세 명의 젊은 여인들>을 완성하기까지의 변화를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촬영이 허용된 작품 <세 명의 젊은 여인들>


마리 로랑생 작품들에는 회색, 분홍, 파랑의 색이 많이 쓰인다. 그리고 말, 고양이, 개 등의 동물들도 많이 보인다. 배경을 메우는 회색의 농도에 따라 화가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데, 그 점을 알게 되어 흥미로운 관람을 할 수 있게 됐다. 분홍은 그녀의 고향인 프랑스를 상징하는데, 특히 스페인 망명 시절에 그렸던 작품들 속에서의 분홍은 고국으로 향하고자 하는 향수와 희망 등을 표현하고 있다.



색채에 대한 관심이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라면 이번 전시 관람을 놓치지 않길 권해드린다. '마리 로랑생展: 색채의 황홀'은 단순히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는 것 외에도 '인생'에 대해 깨닫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다양한 아픔과 슬픔으로 굴곡진 삶을 살아왔던 마리 로랑생. 그녀가 건네는 황홀한 작품 세계는 시리도록 차가운 요즘, 내면의 온기를 선사해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북동 카페 '조셉의커피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