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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낯선 전개, 하지만 깊이 공감가는 짙은 사랑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나봤다. 이 영화는 동화같지만, 섹슈얼한 면모를 지닌 판타지 로맨스이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메시지 면에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감동할 만한 코드를 지닌 이 영화. 매혹적이었다.

한 문장으로 영화 속 인물 관계를 표현하자면, 괴생명체와 인간의 로맨스이다.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청소부로 근무하는 언어장애인 엘라. 그녀는 실험실에 들어온 괴생명체와 만나게 된다. 실험 대상이자, 욕망을 이루려는 필요 요소인 괴생명체는 폭력을 너머 죽임의 대상에 놓이게 된다. 괴생명체와 무언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이 쌓이게 된 엘라는,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그를 구하겠다고 다짐한다. '괴생명체 구출 작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엘라의 감정은 점점 더 깊어지기 시작한다.



괴생명체와의 동거가 시작되면서 엘라의 감정과 행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해간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왔던 동시에, 어느 누구와도 진정한 사랑을 나눠본 적 없는 엘라의 삶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어도, 몸짓도 통하지 않는 서로 다른 두 종(種)의 로맨스. 어쩌면, 엘라였기에 이 사랑이 가능했을 것이다. 괴생명체에게 수화로 달걀과 음악 등의 단어를 알려주고 함께 그것들을 나눠먹고 듣는 등의 교감을 통해 깊어지는 사랑. 존재 자체만으로도 낯섦과 두려움을 선사하는 생명체에게 마음을 연 엘라는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단순히 괴생명체와 인간의 사랑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괴생명체를 향한 인간의 이기적 욕망들을 통해, 인간 군상의 단면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른 종일지라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엘라와 그녀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는 다른 편에 선 집단의 은밀한 대립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낯선 캐릭터는 흡사 인어공주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왕자같이 겉보기에 아름답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낯선 종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엘라가 그 동안 받아왔던 조롱과 무시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엘라는 괴생명체를 이해하고 그와의 공감, 나아가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녹색빛이 선사하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황홀한 색채와 조명은 황홀경을 선사한다. 비주얼 뿐 아니라, 귓가를 사로잡는 음악 역시 영화의 절대적인 매력 요소들 중 하나다.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훌륭하다. 특히, 2017년 국내 개봉했던 <내 사랑>에서 다양한 조건들을 초월한 사랑 연기를 통해 팬층을 두터이 다졌던 샐리 호킨스의 또 다른 사랑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을 뿐 아니라, 영화의 몰입도를 드높여줬다.

어른들을 위한 섹슈얼하고도 신선한 로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모든 것을 초월한 '오직 사랑뿐인'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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