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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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단편소설을 읽어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책 제목만큼이나 절제와 여백의 매력을 내뿜는 책 <숨>. 본문에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들이 쓰여있다. 버스 기사 아저씨, 경비원, 폐지 줍는 할머니 등 저자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웃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그래서 독자들은 보다 공감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담없고 공감 가득한 책이다. 저자가 발견하고 생각해서 쓴 주인공들뿐 아니라, 책 속의 이야기들은 나와 당신의 일상에서도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경험했거나 경험할 수 있을 법하다.

이야기들 속에는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외롭고 쓸쓸한 감정들이 내포돼 있다.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코드인 이별과 그 이후에 오는 그리움의 정서들을 읽는 과정에서 필자는 과거의 경험들을 회상해볼 수 있었다. 누구나의 경험이 될 수 있지만, 정작 깊숙이 들여다보면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것들. 그 과정을 지나쳐왔기에 우리의 삶은 연륜이라는 이름의 강직한 내면을 갖게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역시, 주인공들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진 않지만 비슷한 정서를 안고 살아간다. 나이와 직업은 모두 다르지만, 타인과의 관계, 큰 바탕이 되는 심적 간극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세기의 부자, 명인들도 사랑과 이별을 경험했다. 하여, 행복과 슬픔의 간극을 모두 경험해봤을 것이다. 다른 삶 속에서 비슷한 감정을 발견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책 <숨>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별 후 그리움을 표현한 마음에 드는 문구를 옮겨보겠다.

한때는 너를 잊으려 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속눈썹에 묻은 추억을 보려 눈을 치켜뜨는 것뿐이다
눈물이 고이거나 달이 뜨거나
속눈썹이 하나 둘 손가락에 달라붙거나
네가 기억나거나

어쩌면 너와 나의 추억은
네가 좋아하던 카페 창가 자리에 묻어 있는 것이 아니라
창가 주변 따뜻한 공기를 타고 두둥실 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인지 바람이 쌀쌀한 날마다
추억은 커피 향기에 섞여 내게 불어온다

추억 속에서 너는 해맑게 웃는다
추억과 현실의 사이에서 나는 네게 웃어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너는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추억과 현실의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나는 아릴 것이다

네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심과
너를 향한 추억이 나를 번거롭게 한다
마침 골목길에 늘어져 있던 얼룩덜룩한 고양이나,
시멘트를 덧바른 담벼락을 원망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고양이나 담벼락이 되어 헤어짐과 무관하기만 바랐다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었지만
무엇을 떠넘길지도 누구에게 떠넘길지도 알 수 없었다
가슴 한쪽을 짓누르는 무엇은 어디에 버려야 할까
누구에게 버려야 헤어짐에 끝이 날까

헤어짐은 어려운 일이었으나
내게는 헤어진 이후의 삶이 더 어렵다

- P. 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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