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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든슬럼버>

'왜' 등장했는지는 알겠으나 상업, 작품성은 부족한 작품


부조리, 그리고 부조리. 영화 <골든슬럼버>를 볼 때 떠올랐던 단어이다. 영화는 무고한, 아니, 선량한 시민이 선량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돼야만 했던 부조리극을 보여준다.

건실하고도 겸손한 청년 건우는 한순간에 유력 대선후보의 암살자로 지목되고, 도망자 신세가 된 건우는 온갖 위기에 윕싸인다. '누구도 믿지마'라는 말을 남기고 죽음에 이른 친구 무열의 말처럼, 의심과 불신을 모르던 건우는 현실의 민낯을 (조금은)알아간다. 믿음과 신뢰가 무슨 잘못이냐고 물음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때로는 원인 모를 피해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선량함,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한 관계 등 <골든슬럼버>에서는 선이 악으로 탈바꿈되는 아이러니한 면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더하여, 정계의 음모와 조작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이기심, 소시오패스적 성향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이기적 욕망들에 휩싸인 인간 군상 속에서 진실은 힘을 잃는다. 상대적으로 힘(권력과 자본 등) 없는 이들은 바보같이 당하고 말 뿐이다. 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건전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졸지에 가해자가 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고 마는 <골든슬럼버>가 설정한 현실. 마냥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물론, 영화는 '휴머니즘의 승리'를 보여준다. 악인들은 죗값을 치르게 되고 선량한 이들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끝내 승리한다. 아니, 승리라기보다는 진실을 찾아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음모와 조작이 난무한 정치판의 민낯을 그려낸 <골든슬럼버>.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쫓고 쫓기는 도주극임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스와 스릴이 부족하다는 점, 진실을 쫓는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미스터리와 긴장감 등 장르적 재미가 부족하다. 옛 친구들의 등장 이유는 '왜?'라는 물음이 나올 정도로 필요 이유가 부족하다.

<골든슬럼버>. '왜' 등장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는 알겠으나, 상업적 매력이나 작품성은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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