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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탠저린> 후기

<탠저린>은 퀴어 영화다. 트랜스젠더인 두 주인공 신디와 알렉산드라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넛 가게에서 만난다. 신디는 마약 소지 혐의로 28일 간 감옥에 갇혔다 막 풀려나왔고, 알렉산드라는 신디의 출소를 마중나왔다.



<탠저린>이 담아낸 시간은 짧고, 소재는 강렬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서 크리스마스가 되기까지 하루. 이 하룻동안 신디와 알렉산드라,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팔로우한다. 감옥에 간 사이, 남자친구 체스터가 다이나와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디는 그를 응징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긴다. 신디는 마약 판매상인 체스터의 죄를 뒤집어써 감옥에 간 것도 억울한데, 바람까지 폈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이들 뿐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평범해보이는 한 남성이 있다. 알바니아에서 이민 온 라즈믹. 그는 택시 운전사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의 크리스마스 이브 일정은 장모님까지 불러모은 가족 파티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진은 지저분하다. 토를 하는 진상 손님이 있는가하면, 트랜스젠더 취향(?)인 그의 성 생활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결국, 썩 좋지 않은 기분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라즈믹은 알렉산드라를 만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고, 수상쩍은 감을 느낀 장모는 라즈믹의 행방을 찾아나선다.

결국,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도넛 타임'이라는 가게에 모이게 된다. 이곳에서 신디와 알렉산드라, 체스터는 삼자대면을 펼치고 결코 마주쳐서는 안 될 알렉산드라와 라즈믹, 라즈믹 장모, 게다가 라즈믹의 아내와 딸까지 모이게 된다. 이 황당한 집합으로 아수라장이 된 도넛 가게 주인 여성 역시, 경찰을 부르겠다며 호통친다. 결코 들켜서는 안 될 입장과 상황이 펼쳐진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이 혼란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탠저린>의 핵심 신(scene)이다. 정신을 쏙 빼놓는 이 운수 나쁜 크리스마스 이브를 그려낸 영화는, LA 뒷골목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탠저린>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알맹이가 홀랑 빠져나간 껍질만이 남은 영화 속 상황은 결코 웃지 못할 블랙코미디와 다름 아니다. 낡은 듯 하지만, 결코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다채로운 색감의 이 영화. 마냥 아름답게만 비쳐졌던 LA의 풍경에 용감한 반대표를 날린 작품이다. 색감 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사운드도 귀에 쏙쏙 박힌다. 새로이 개봉을 앞둔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감상하기 전에 만난 그의 전작. 역시나 덜컹거렸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션 베이커 영화의 특색은, 영화의 끝에서 앞선 모든 소란을 잠재워주는 따듯한 인간미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2012년 작 <스타렛>에서도 그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막장으로 보여질 수 있으나, 결코 그렇게만은 결단지을 수 없는 션 베이커 영화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탠저린>은 꼭 감상할 것! 퀴어를 이렇게 거침없이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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