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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션 베이커 감독에 대한 팬심을 안고 관람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따듯하고도 사랑스러운 색감의 포스터에 매료돼, 영화의 내용 또한 그러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관객들은 다소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들 속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그다지 따듯하지 않다. 주인공들의 내면에는 화가 가득 들어차 있으며,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주변 인물들도 그들을 힘들게 만들기 일쑤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차가움을 녹일만한 인간애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것이 션 베이커 감독 영화들의 특징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제목은, 1965년 '디즈니월드'를 건설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올랜드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계획에 붙은 가칭이었는데, 영화의 맥락 역시 제목과 상통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디즈니월드 주변 모텔촌이다. 홈리스(Homeless), 혹은 디즈니월드 주변 관광을 위해 찾은 이방인들이 모이는 모텔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불안으로 들어찬' 영화임을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영화 속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팍팍하기 짝이 없다. 모텔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 대부분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특별한 보호 없이 지내기 때문에,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딸 무니와 엄마 헬리의 일상이 영화의 주를 이루는데, 헬리는 욱하는 성격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매춘을 하거나 도매가로 향수를 떼다 호텔 앞에서 판매해 생계를 유지해나간다. 불안정한 벌이는 월세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그래서 모텔 매니저와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심지어, 끼니조차 제때 챙기지 못해 무니에게 친구가 주는 와플로 배를 채우게 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니는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 무니와 그의 친구들에겐 밥보다 더 맛있는 와플이 있고, 낡은 창고도 신나는 놀이터가 된다. 황량한 듯 보이는 다리 밑도 쉼터가 되고, 모텔을 찾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즐거운 구경거리가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팍팍하고 씁쓸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 짓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폭력과 가난으로 얼룩진 환경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축한다. 팍팍한 환경이지만, 자녀가 있기에 어떻게든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은 가슴 저미는 아픔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또한, 무니와 그의 친구들은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



버려진 지역의 버려진 사람들의 이야기. 이 아픈 상황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밝은 미래의 가능성을 말하려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마지막 신(scene)에서 무니의 친구가 무니의 손을 붙잡고 디즈니월드로 뛰어가는 모습은 '희망' 그 자체를 의미한다. 팍팍한 삶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타인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 션 베이커 감독이 늘 표현해왔던 것처럼, 지저분하고 역겨운 현실 속에서도 위로와 웃음을 건넬 수 있는 존재가 있기에 이 사회는 살아갈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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