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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와 미소시루>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는 우울하고 슬픈 소재를 다루지만, 결코 신파로 표현하지 않았다. 암, 죽음, 그리고 이별.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들이다. 단어만으로 겁나게 마련이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따듯하고 사랑스럽다.


스물다섯에 유방암 판정을 받은 치에. 그녀와 남편 싱고는 아이 갖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기적처럼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치에의 유방암 이력이다. 치유가 됐지만, 아이를 낳을 시 여성 호르몬의 증가로 암의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에는 아이를 낳는다. 딸이다. 딸 아이의 이름은, 꽃을 의미하는 '하나'다. 기적처럼 아이가 생겼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기적 같은 딸 아이를 나은 치에. 하지만, 행복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하나가 모유를 거부하자, 검사를 받았고 유방암이 재발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지푸라기라도 붙잡자라는 심정으로 찾아간 이로부터 들은 말. '체온을 높여라', 그리고 '미소와 현미밥이 곁들여진 일본 전통식을 먹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등 생활 습관을 바꾸라'. 치에와 싱고는 매일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한 끝에, '암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기쁨과 함께 치에 가정은 건강한 생활 습관도 실천해나간다.



그 습관의 중심에는 '미소(된장)'가 있다. 미소시루의 덕을 크게 봤던 치에는, 하나에게 미소 만드는 법을 일러준다. 더하여, 온갖 집안일들도 알려준다. 그렇게 행복으로 이어질 것만 같았지만, 암의 전신전이 소식을 듣는다. 이제, 가족과 이별할 날만 남은 치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치에. 끝내, 자신이 해내고자 했던 노래로 무대에 서기까지 한다.



결혼 후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재발과 항암치료, 전신전이를 오가며 삶과 죽음의 기로를 넘나들었던 치에. 항암치료 중에 생긴 기적 같은 임신, 자상한 남편과 착한 딸과 지냈던 행복한 시간, 꿈의 무대에서 목청껏 불렀던 노래. 짧은 생애였지만, 많은 것들을 이뤄낸 치에는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인생의 7할은 운이라는데,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야." 이렇게나 긍정적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렇듯 <하나와 미소시루>는 슬픔을 기쁨으로 그려낸 영리한 영화다. 밝고 따듯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영화는, 시종일관 미소짓게 만드는 동시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건강한 습관을 다짐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주어진 생에 최선을 다 한 치에. 뿐만 아니라, 남겨질 가족들을 위해 만반의 준비까지 해놓고 간 그녀의 속 깊은 마음이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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