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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알면 알수록 즐거워진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

영화가 문화와 예술의 범주를 넘어 일상이 된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다 보면, 단순히 보는 것 이상으로 더 알아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개인의 취향이나 관점 그 이상의 학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즉, '아는 만큼 보인다'는 뜻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는 바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공감을 자극해 소통을 꾀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전문가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입문서인 동시에 교양서다. 책에서 다뤄지는 작품들은,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영화학도나 평론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예술·작품성이 돋보이는 것들이 아닌 대중적인 것들이다. 책의 주 목적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스킨십을 유도하는 데 있다. 즉, 영화와 친숙해지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먼저, 책에는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영화의 매력'이 설명된다. '영화를 통한 힐링'이라는 의미를 지닌 '시네마테라피(cinematherapy)'라는 용어가 보편화된 상황을 통해 영화가 지닌 마법 같은 힘들을 나열하고, 그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작품소개를 하면서 그것들이 감상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긍정적인 효능까지 다룬다.


한편, 영화 장르, 3D·HD영화 등 용어 및 개념 정리와 배우, 뉴욕·홍콩·부산 등 영화도시들을 훑는 등 영화시장 및 트렌드를 제시하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정보거리들을 제공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여느 영화서적들과는 달리 '한국 영화'들이 상당 부분에서 소재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영화서적들이 해외영화와 고전영화들을 주 소재로 다루는 데 반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에서는 국내 감독과 배우, 영화들이 많이 소개된다.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독자들의 공감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독자들이 영화서적을 통해 확인하기를 원하는 추천영화 리스트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추억의 영화들에서부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영화, 그와 관련된 서적들이 소개된다. 더불어, 일상의 염증이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감상하기에 좋은 '마음을 치유해주는 영화'들도 저자의 단평들과 함께 제시된다.


필자 또한 저자의 '영화감상은 알면 알수록 더 즐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이는, 비단 영화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영화감상을 통한 다양한 감정의 변화도 중요(어쩌면 가장 중요할 것)하겠지만, 기본적인 정보들과 트렌드를 알고 보면 얻는 것들 또한 풍성해질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다양한 공연들을 즐기고 있는데, 최근에는 발레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발레에 대한 상식들을 모른 채 발레공연들을 감상할 때도 좋았으나, '강예나의 발레 인사이드'라는 렉처콘서트를 통해 발레에 대한 정보들을 접한 후 감상을 하게 되니 더 많은 것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


영화 외의 무엇이든지간에, 자신이 푹 빠져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을 온전한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혹은 더 많이 알고 싶다거나 즐기고 싶다는 갈증이 있을 것이다. 책<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는,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알고·보고 싶어하는 갈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책속 밑줄 긋기]


예술가로서 감독이 지니는 무소불위의 연출권과, 흥행실패의 경우 금전적 손해를 그대로 떠안게 될 제작자나 투자자의 참정권 사이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막장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 p. 106


우리가 낄낄대고 무시하며 보는 이들 조폭코미디의 인기는 바보코미디의 또 다른 변형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것이 묘한 마조히즘적 쾌감을 주기도 한다. - p. 197


그처럼 영화가 '치유'에 큰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영화가 보여주는 강력한 감정이입의 효과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속 사건, 혹은 인물이 처한 상황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감정이입의 정도는 여타의 예술 매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 p. 586


몇 편의 영화를 따로 소개하는 것보다 왕가위의 모든 영화, 그리고 빔 벤더스의 모든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감독으로서 걸어온 작품의 궤적은 시대의 변화, 그리고 감성의 변화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또한 그것을 만든 감독과 함께 나이를 먹는 것입니다. - p. 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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