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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 짜릿한 해방감

[떠나라, 내면의 부활을 위해!]

여행의 장점은,

그것을 하는 도중에도 좋지만

전후에 더 풍부한 정서와 가르침을 선사한다는 데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 여행 중에 겪는 다양한 경험들, 그 경험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들.

이것이 여행이 지닌 긍정 요인들이다.

긍정 요인이 있다면, 반대 요인도 있을 것이다.

여행에서 오는 피로,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로 인한 고통, 그로 말미암아 좋지 않은 추억으로 남게 된 시간 등이 그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피로와 사건사고-(물론, 치명적인 것들은 제외)-, 나쁜 추억의 여행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주는 가르침이 될 경우가 많다.


온갖 사건사고들과 그로부터 오는 피로는, 무탈하게 지나간 일상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만들어줄 것이다. 나쁜 추억의 여행이라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경험을 다짐하게 만들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쁜 여행'이라는 건 없다. 오히려 나쁜 여행은, 무색무취하여 흔적조차 사라진 것들이다. '짜릿한 자극'을 줬던 여행은 지나고 보면 (흥미롭게도) 득이 되어 있었다.


나는 여행의 4단계를 이렇게 정리해본다.

- 여행 전의 설렘

- 여행 중 경험

- 여행 후의 깨달음

- 또다른 여행에 대한 다짐(계획)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고, 그로 인해 '재탄생'의 경험케 만드는 가장 쉬운 행위가 여행 아닐까.

오히려 현 상황에 불만족스러울 때 우리는 여행을 갈구한다. '새로움'을 찾아 떠남으로써 부활을 간접경험하려는 살아있는 자들의 노력일 것이다.


'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보다 더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알랭 드 보통의 책<여행의 기술> 57쪽에서 읽을 수 있는 문장이다.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향한 도약.

그 도약을 통감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비행일 것이다. 굳이 비행기를 탈 필요는 없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는 더 나은 나를 위한 '내면 부활'을 '여행'이라는 활동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을 입증하는 예시는, 수많은 책과 영화들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 극한의 여행을 했던 주인공들은 확실히 떠나기 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갖추게 된다. 물론, 여행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건 아니다. 간접 부활을 가능케 만들어주는 여행들의 공통점은, 여행자들이 많이 걷는다는 데 있다. 자연 속에 들어가, 최대한 자연에 몸을 맡긴 그들은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온 몸으로 체득해온다. 개중에는 현실성과 동떨어진 사색가가 되는 이도 더러 있지만, 그들의 삶을 찬양할 필요는 없다. 가령, <인투 더 와일드>의 크리스토퍼는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의 고군분투를 굳이 따라할 필요는 없다.


어찌됐든, '올바른' 여행에서 돌아온 후라면 마음을 다잡고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삶이 주어진 후라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올곧게 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행으로부터 짜릿한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을 일탈거리로 여겨지게 만들 '현실'에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자. 만년 백수가 쉼의 가치를 알겠느냐는 말이다. 현실에 쌓여있던 묵은 피로들로부터 해방시켜줄 수 있는 여행. 이 여행을 올바르게 즐기기 위해서는 쾌락에만 치우치지 말아야 할 것임을 염두에 두자. 내가 정리한 여행의 4단계에서 3단계가 제외된다면, 그 여행은 적어도 나에겐 슬픈 기억이 될 것 같다.


내게 지금 필요한 정서는 해방감이라기보다는 삶의 정리다.

정리를 위해 기존의 케케묵었던 내 생활들 중 버려야 할 것들은 버린 후 정리해야 할 때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런 글을 적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깨달음이 있을 여행을 떠나자. 이젠 떠나도 좋을 계절. 모두들, 여행을 통해 내면의 부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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