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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사계절 중 가장 선호하는 봄.
따스한 햇살과 걷기 좋은 봄은, 결코 허투루 보낼 수 없는 계절이다. '봄나들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렘을 감출 수 없다.

4월 중순께.
예전보다 봄날이 쌀쌀하다. 유독 길어진 겨울 탓에 완연한 봄날을 느낄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일까. 봄날의 매일은 더없이 소중하다. 기회가 닿을 때면, 봄날의 외출을 마다하지 않는 나. 때로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평일 낮.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 풍경을 앞세워 거니는 소소한 봄나들이를 즐겼다. 장소는 당진 면천읍성 일대. 부지가 넓지도, 볼거리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름 한 점 없었던 하늘빛 아래에서 봄을 만끽했다. 난 왜 이렇게 조용하고 자연, 전통미가 어우러진 장소가 좋을까. 물적, 인적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드넓은 벌판 위에 선 나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여유롭고 한가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골. 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부지런해보이고, 또한 그 부지런함 덕분에 그들에게서는 도시민들과는 다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열심히 농사일을 하는 이들은, 넓디 넓은 평원을 모두 소유한 부자처럼 보인다. 반면, 도시민들의 오롯한 사적 공간은 좁디 좁다. 안그래도 좁은 공간을, 도시민들은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고자 애쓰고 또한 욕망한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 휩싸인 도시민들에겐, 욕망과 집착으로 얼룩진 경쟁심만 가득하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린다면, 제 욕망을 유지하기는커녕 빼앗기게 마련이니까.


아직,
나는 내가 어떠한 삶을 추구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도심 생활에 지쳐, 모든 걸 내려놓고 시골 생활을 택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물론, 여유로운 마음과 한결 편안해진 인상을 갖게 됐다는 지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만큼 행복할 때도 많았지만 말이다. 아직 젊기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본래 욕심이 많은 천성을 타고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연스러운 경쟁 시대의 소속인으로서 대세를 따르려는 군중심리 때문일까.

주어진 일도, 해야할 일도 많은데, 이런 고민까지 갖고 있다는 것 자체에 싫증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유에서 오는 행복을 잠시간이라도 느끼기 위해 시골로 향하는 듯하다. 잊지 못할 봄나들이. 남은 봄날도 최선을 다해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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