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법: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한다
나는 여행지에서는 쓰기를 잊어버리려고 한다.
카메라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내 눈으로 여러 가지를 정확히 보고 머릿속에 정경이나 분위기,
소리 같은 것을 생생하게 새겨 넣는 일에 집중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된다.
- 책 <하루키의 여행법> 작가의 말
하루키는 자신의 여행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대의 여행기는
과도한 계획이나 지나친 의욕 같은 것은 배제하고,
다소 비일상적인 일상으로 여행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일상이니만큼, 그는 여행을 하는 동안 세밀하게 묘사하는 글을 적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짤막한 글, 가령 서류 서랍의 색인 정도만 적는다고 한다.
세세한 묘사, 즉 글을 펴내기 위한 글은 여행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기한은, 한 두 달쯤 지나고 나서부터라고 한다.
그쯤되면 가라앉아야 할 것은 가라앉고, 떠올라야 할 것은 떠오른다면서 말이다.
하루키는 굉장한 기억력을 갖고 있는 사람같다.
물론, 기억력뿐 아니라 대상에 깊이있게 감상하는 자세가 있기에,
오랜 시간이 흘러도 풍경에 대한 묘사가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깊어지는 여행에 대한 묘사가 생길 때도 있지만-
대개는,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글을 적는 때가 많다(물론, 전문적인 것은 아니다).
<하루키의 여행법>을 읽는 중인데, 무척이나 재미있다.
목차에 상관 없이, 내가 다녀왔던 곳들을 담은 챕터부터 먼저 읽고 있는데,
소소하게 적어나간 글들이 꽤 마음에 든다.
하루키의 소설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에세이도 소설 못지 않게 좋아하는 편이다.
현학적이지 않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적은 글들이 내 마음을 훔쳤다.
곧 앞둔 여행 전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어찌됐든 또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으며, 여행에 대한 설렘을 드높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