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탐은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행위다.
굳이 어떤 사람을 염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지식이나 장소 등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나는 이 호기심이 염탐의 시작이라 생각하기에, 인간에게는 염탐의 욕구가 제법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활자와 영상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누군가의 삶 일부를 다룬 영상 보기를 즐긴다. 이를테면 책이나 영화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찌보면, 염탐이라 하기엔 너무나 많은 연출과 편집으로 어우러져 있는, 작위성이 강한 '작품'들이기에 재미는 있지만 현장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그나마' 솔직하게 옮겨놓은 글을 읽는 것이다. 물론, 작자는 충분히 썼다 지웠다(백페이스와 스페이스를 오가며)를 반복하여 다수가 읽을 수 있는 글을 적었겠지만, 한 사람이 적은 글을 쭉 읽어내려가다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나 가치관 등을 조금은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내게 재미와 흥미를 가져다준다.
물론, 염탐이 '더' 재미있어지는 이유는 내가 관심있는 대상의 글을 읽었기 때문일테다. 관심이 없다면 시작도 되지 않았을 염탐질이겠지만, 한 번 관심을 두면 걷잡을 수 없는 염탐의 욕구가 커진다. 커져가는 욕구와 함께 보다 대상과 가까워진다(일방적이지만)는 느낌을 자각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무리 읽고 연구한다 해도 한 사람을 온전히, 그리고 오롯이 알기는 힘들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염탐이라는 것은 재미있다.
일방적인 짝사랑 같은 것을, 그것도 '몰래' 한다는 것만큼 짜릿한 것이 있을까. 나처럼, 어떤 누군가도 나의 글 혹은 사진들을 염탐하며 내가 느껴왔던 감정들에 공감 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이 재미있어지는 이유는,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같다. 덩달아, 그 호기심을 파헤쳐나가는 과정도 재미를 배가시키는 행위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