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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쾌함, 그 친절함

교토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엔, 늘 그들의 소박한 생활상과 함께 넉넉한 친절함의 여운이 꽤 오랫동안 나를 움켜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씩 친절함을 보여준 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다양하고도 분에 넘치는 친절함에 감명받았다. 모르는 길을 함께 걸어주고, 호기심(의문)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준 일본인들이 많았다. 개중에는, 원치 않았음에도 친절(인가, 호기심인가 뭔지 헷갈리지만)을 베푼 노인도 있다.

버스정류장에서의 짧은 일화다. 목적지로 향하려 했지만, 노선과 방향을 정확히 몰라 정류장표를 유심히 보고있을 때였다. 웬 유쾌한 노(신사라고 하기엔 그렇고)인이 옆에서 일어로 자꾸만 뭐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참고로 나는 일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무어라 말씀하시는데, 도통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영어로 미안하다고 말씀드려도 자꾸만 일어로 질문(?)하시던 터라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영어로 목적지를 툭 뱉었는데, 또 그 단어는 알아채셨는지 거기에 대한 말(가는 법인지 그곳에 대한 정보인지 도통 모르겠음)을 쏟아내시는 거다. 어찌됐든 이방인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해 선심을 베푼 분이라, 무시할 수도 없었던 상황.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 '미안하다'를 되풀이했다. 때마침(?)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를 발견했고, 그 노인에게 다시금 목적지명을 물었다. 노인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맞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그도 답답했겠지만, 뭔가 이방인에게 정보 하나쯤은 전했다는 뿌듯함(?) 같은 걸 느끼지 않았을까. 탑승 뒤 자리에 앉아 그에게 큰 미소를 지어보였다. 버스가 출발하자, 그는 또 다른 (노란 머리카락의)이방인에게 말을 걸고 계셨다. 하하.

아무튼 이 기억이 연거푸 뇌리에 스치는 요즘이다. 유쾌한 듯 보이는 미소와 알아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열변(?)을 토해내던 노인의 얼굴과 입모양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찌됐든 재미있고 인상 깊었던 교토 여행의 추억. 어딜 가든 그 지역의 주민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걸 좋아해, 먼저 길을 묻거나 말을 걸어보는 행위를 하는 나인데, 이 추억은 그 반대의 경우라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교토의 그 버스정류장에 가면 그 분을 또 뵐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됐든 죄송했고, 고마웠습니다. 이름 모를 노인분.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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