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의 카르테 1: 이상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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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하고 착한 소설. 나는 <신의 카르테>를 이렇게 칭하고 싶다. 현직 의사이자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자서전 같은 소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초대형 베스트셀러였을 뿐만 아니라,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거머쥐기도 했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총 네 편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 내가 읽은 작품은 '1편: 이상한 의사'이다. 이상한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는 우수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역알한 환경의 지방 소도시 작은 '혼조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의국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았음에도 혼조병원에 머무르기를 결심하는 그.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기까지의 병원과 거처(온타케소)를 오가며 펼쳐지는 일상에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배어있다.

적은 의사가 수많은 환자들을 상대하는 환경 탓에 폐인이 되다시피 피폐한 일상을 지내는 이치토. 결혼기념일을 잊는 것은 예사다. 하지만 그에게는 마음이 넓은 아내가 있다. 또한, 다 무너져가는 온타케소에서 변변치 않은 삶을 살아가는 학사와 남작이라는 술친구들이 있다. 사람과 접촉하는 곳이라고 해봤자 병원과 온타케소 일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치토는 몇 안 되는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신의 카르테 1>은, 이상한 의사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의 필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그는 소세키의 팬이다. 그가 좋아하는 책 <풀베개>는 작품 속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이지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소세키의 <풀베개> 서두이다. 명문이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나는 이어지는 문장을 입 밖에 소리 내어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실로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 p. 62

팍팍한 생활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주인공들은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동이 트지 않는 밤은 없어'.

한편 이치토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따듯함을 선물받는 동시에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온타케소를 떠나게 된 남작에게 이런 위대한 말을 전하기도 한다. "학문을 하는 데 필요한 건 기개지 학력이 아니야. 열의지 겉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고. 대학 같은 데 가지 않아도 학사님의 4평짜리 방은 틀림없는 철학의 방이야."

또한, 이치토는 병원 선배들로부터 진한 인생의 깨달음을 전수받는다. "의사에게도 맞는 일과 안 맞는 일이 있어. 최첨단 의료에서 일반 의료까지 혼자서 전부 다 할 필요는 없잖아?"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치토가 혼조병원에 남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삶의 깨달음뿐 아니라, 주인공의 직업이 그러하니만큼 의사로서 지켜야 할 도덕과 양심, 철학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고독한 병실에서 기계투성이가 되어 호흡을 계속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지금과 같은 초고도 의료 수준의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생명의 의미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감상적으로 "모든 치료를!"이라고 외치는 것은 이기적이다. 그렇게 외치는 마음에 동정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기적이다. 환자 본인의 의사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가족이나 의료 담당자들의 자의적인 이기심만이 존재한다. 누구나 이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 - p. 219, 220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은 끝에 이치토는 다음과 같은 삶의 가치관을 확립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으로 마법처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사람이 태어난 그 발밑 흙덩이 아래 묻혀 있는 게 아닐까. 나에게 그것은 최첨단 의료를 배우는 게 아니라 아주미씨 같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나아가 아내와 함께 이 발걸음을 계속하는 것이다.' - p. 252

갈피를 잡지 못할 때라면, 발밑에 서서 쇠망치를 휘두르면 된다는 이치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자신, 그리고 독자들을 향해 외치는 그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삶의 가치와 작은 진리를 깨닫게 된 젊은 의사의 이야기. 이렇듯 <신의 카르테 1>은 휴머니즘으로 점철된 작품이다. 중요한 가치를 깨닫기까지는 다양한 경험들, 특히 슬픔과 아픔이 동반된 경험들을 해봐야만 한다. 이치토뿐 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음과 동시에 배움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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