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소설같은(그러니까, 쉽게 믿을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 에세이다. 90세에, 그것도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할머니의 미국 캠핑카 여행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여생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아'가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 책은, 일가족의 삶을 통해 독자들에게 교훈을 선사한다.
노마의 여행 파트너는 그의 아들과 며느리인 팀과 라미다. 온전한 집이 아닌,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캠핑카를 주차한 채 잠을 자는 게 생활화된 팀과 라미는, 남편을 여읜데다 몸까지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행한다. 물론, 이 결정은 노마가 내린 것이다. 더 이상, 의료진이 자신의 몸을 들춰보고 쑤셔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 노마는, 그렇게 인생의 끝자락에서 여지껏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삶을 감행한다. 모험과도 같은 생활의 연속이지만, 노마는 그것에 자유로이 몸을 맡긴다. 어쩌면, 이 자유는 여생에 미련이나 집착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우리는 <드라이빙 미스 노마>의 목차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여행에 대한 책이지만, 지역을 목차(소제목)으로 내걸지 않는다. '우선순위', '모험', '발견', '신뢰', '꿈' 등 우리 삶에서 중요한 '무형의 가치'들을 제목으로 다룬다. 이것들은 팀과 라미가 노마와 여행하면서 깨달은 가치들이다. 여행에 있어 어떤 것들을 포기하고 택해야 할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해,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지만 미처 몰랐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것을 여행을 통해 깨달은 그들이다.
모험 천만한 여행은 어찌됐든 깨달음을 전한다. 필자 역시, 이런 이유로 여행을 좋아하고 계속 행한다. 여행 시, 쉼 없이 걷고 구경하고 즐길거리들을 기꺼이 해보는 편이지만, 노마네 여행기는 필자가 행해왔던 것보다 '훨씬 전투적'이다. 2015년 8월부터 1년 간 미국 32개주 75개 도시를 돌아다닌 이들의 여행은 '고군분투기'와 다름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팀과 라미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마는 마지막 여행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다. 아내와 엄마로서의 노마가 아닌, 온전한 '미스 노마'로 거듭난 그녀는, 위인과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장소에서, 심지어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은 우리가 인식해온 투병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책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핵심 소재는 '죽음'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 하지만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임박하기 이전에 충분히 생각해봐야만 한다. 팀이 아버지의 죽음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렸을 때 깨달았던 것처럼 말이다.
'팀과 내가 계속해서 다음에 하자고 미룬 것은 바로 팀의 부모님과 나이 듦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 부모님이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또한, 책은 버리고 비울 수 있는 마음가짐에 대한 가르침도 전한다. 이는, 무계획적이며 자유로운 형식의 여행에서 특히 부각된다.
'길 위의 삶은 단순하고 자유롭다. 라미와 나는 단순함과 자유가 현대인의 삶에서 고충을 덜어줄 수 있는 해독제라고 생각했다. 가진 것이 적을수록 걱정거리도 적었다. 알람시계 대신에 태양이 뜰 때 일어나고 태양이 질 때 잠자리에 들며, 몸의 리듬에 맞추어 하이킹을 하고, 순간을 즐기고, 책을 읽고, 음식을 먹는 것이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삶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계획이 없으면 그냥 물 흐르는 대로 가게 마련이었다.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았으며, 그 무엇보다 어머니는 그냥 인생을 즐기고 싶어했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면 그만큼 제한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 여행은 미리 짜놓은 일정대로 하나씩 지워나가는 그런 여행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인생 역시 계획대로 짜여진 것이 아니라는 궁극적인 교훈을 전한다. 책의 말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문구를 읽으며, '현재를 즐기자'라는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됐다. '세상에는 정말 멋진 일이 많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전부 계획 없이 찾아와요.'
사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한 때,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상기하면서 이와 같은 현실적인 결론을 내렸다. 당장 내일, 아니 오늘이라도 어떠한 이유에서도 죽음 앞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병과 죽음은 우리의 계획대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 맞다. 즐거운 동시에, 때로는 위태롭기도 했던 여행 에세이 <드라이빙 미스 노마>.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숱한 명문들로 가득한 책인만큼 적극 권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