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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맨스 영화 <근거리 연애>

황당해도 순수해서, 고마츠 나나의 연기가 좋아서 끝까지 봤던

일본 영화, 특히 슬로우무비와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나는, 요즘 놓쳤던, 혹은 다시 보고싶은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사실, 10대들의 사랑을 다룬 영화들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순수함을 (억지로라도)찾고 싶어서 그러는지, 욕망이 생기더라. <근거리 연애> 역시, 그래서 찾아보게 된 영화다.

영화는 독특한 인물의 자기 소개에서부터 시작된다. 놀라고 슬프고, 심지어 즐거워도 표정 변화가 없는 쿠루루기 유니. 늘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그녀는,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해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반전은(늘, 이런 기막힌 요소가 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어 성적이 하위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영어 교사 사쿠라이 하루카는 쿠루루기에게 특별 수업을 제안한다. 사쿠라이는 교내 인기 절정의 인물이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쿠루루기. 사쿠라이 선생이 너무 싫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근거리 연애>는,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꽤 익숙한 로맨스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자주 접하기 쉽지 않다.



그럼, 내가 이 영화를 보며 왜 당혹스러웠는가.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황당해서 실소를 터트릴 때가 많았다. 우선, 전개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 물론, 이 작품은 원작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에선 조금은 이해될 수 있을 만큼의 속도와 에피소드들이 갖춰져 있겠지만, 영화에선 달랐다. 주어진 시간 내에 스토리를 완성해나가야 하는 한계 때문에 그러려니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중 인물들은 '지나치게 목표 지향적'이다. 이것이 앞뒤 재지 않는 '폴링 인 러브'의 형태인가.

황당함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물들에게 있다고 본다. 쿠루루기는 '너무 빨리' 변한다. 물론,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마주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친구와 꿈까지 뒷전으로 생각하고 사랑에 '덤벼드는' 모습은 황당무개하다. 사쿠라이를 향한 갑작스러운 고백과 동공을 확장시킬 만큼 황당스러운 키스. 놀람 그 자체였다. 사쿠라이는 또 어떠한가. 그 역시, 교사를 포기해도 된다, 는 말을 내뱉을 만큼 앞뒤 재지 않는 모습을 내비친다. 현실과 사랑 사이에서 살~짝 고민하기도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게다가, 쿠루루기가 졸업하면 결혼할거란다. 과연, 저런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인물들의 향연이다. 어느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공감하기 마련인 장르인 로맨스인데, 황당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니 계속 실실댔다. 물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판타지를 꿈꾸며 이 영화를 찾아본 사람들이라면 대환영이겠지만.



내 기준에선 비현실적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 스킨십과 키스 신에서도 그다지 설레지 않았다. 음, 그저 신기했고, 둘의 결말만이 궁금해졌을 뿐이다(물론, 결말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상황이 급진하다보니,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과정 역시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촌극 같았다. 아무튼, 나는 그랬다. 이 영화에서 로맨스라는 장르색을 벗겨내면(물론, 그건 힘들지만), 한 여성의 성장드라마로 봐도 좋다. 물론, 성장의 동력은 사랑에 있다. 결국 사랑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영화이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통해 변화와 목표를 달성해낸 주인공은 기특하기 이를 데 없다.

<근거리 연애>. 좀처럼 내 기준에선 좋은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조악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 영화 특유의 분위기는 있다. 그것을 살려준 핵심 요소는 쿠루루기 역을 맡은 배우 고마츠 나나이다. 그녀의 '맹'하고도 무표정한 눈빛은, 인물의 특징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내가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힘은, 그녀 덕분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본영화 특유의 감수성이 좋다. 일단 계속 볼 것이다. 왠지 순수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근거리 연애>. 드라마 보신 분들은 내게 감상평을 남겨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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