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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비, 이것이 인생!>,
막장 결혼식이 전하는 감동

가장 기쁜 날, 온갖 불운을 경험했던 경험이 있는가. '오늘따라 왜 이러지?' 싶을 만큼 잊을 수 없는 그런 날 말이다. 그런 경험에 대해 영화는 이렇게 답한다. 'C'est la vie!(이것이 인생이다)'라고.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한 결혼식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영화. 하지만, 그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만들어가는 황당무계한 에피소드들은 치명타를 쳐대기 일쑤다.



일생일대 중요한 순간을 책임지는 베테랑 웨딩 플래너, 맥스. 그는 오늘도 중대한 결혼식을 맡았다. 오늘 결혼식은 17세기 고성에서 진행되는데, 독특한 콘셉트를 내놓은 신랑은 식 당일 요구사항이 많아진다. 어찌됐든 클라이어트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맥스는 나름의 노하우로 상황을 일사천리로 해결해나간다. 물론, 직원들의 사정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골칫덩어리'다. 황당한 농담을 던지는가하면, 경험이 전무한 주방 보조, 사사건건 어휘 지적을 해대는 처제, 본업보다 다른 욕망 채우기에 급급한 사진가 등 그야말로 오합지졸이 모인 격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들은 결혼식을 성사시켜야만 한다. 정해진 위치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지만, 맥스를 포함한 관객들은 '빡침'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는 꽤 치밀하다. 실제로 결혼식장에서 웨이터로 일했던 두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결혼식장 내에서 벌어질 만한 사건들은 모두 끌어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언재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갖가지 사고의 연타로부터 느낄 수 있는 생경한 감정들을 선사한다.


맥스의 화병을 유발시키는 온갖 상황들 덕분에 정신 없이 웃게 되지만, 이 과정의 끝에는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불협화음으로 정신을 쏙 빼놓았던 인물들이, 저마다의 재능을 발휘하며 신부와 하객들, 그리고 모든 직원들을 감동시키는 피로연 장면이다. 덕분에, 다사다난했던 결혼식은 하객들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된다.



사고 투성이 결혼식. 만약 내가 이 같은 결혼식에 참석했다면, 분명히 어딘가에 기록했을 것이다. 현실에선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을, 아니, 일어나서는 안 될 풍경이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감정을 지치게 만든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우리에게 '진짜 인생의 맛'을 보여준다. 그렇다. 이 결혼식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다양한 감정들을 안고 살아나가야만 한다. 가장 기뻐야 할 날이어야 하는 사람들은, 신랑신부 뿐만이 아니다. 맥스 또한, 생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온갖 희로애락을 총망라하는 하루를 경험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떠올랐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단편적으로 보면 비극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이 과정을 딛고 행복이라는 희극을 맛보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견디기 힘든 괴로운 상황에 처하곤 한다. 또한, 철저한 계획을 세울지언정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영화는 말한다. 이것이 인생의 단면들이라고.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들 모두가 나쁜 사건이나 사고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사랑의 연을 맺어주는 경우도 있다. 영화가 이어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이런 막장, 나는 경험하기 싫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영화 속 인물들은 결혼식 '덕분에' 사랑을 찾고 행복을 경험하게 됐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확실히 매력 넘치는 영화다. 코미디와 감동 모두를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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