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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

사진 찍기에는 좋지만, 작품 감상 면에서는 아쉬웠던

갤러리아포레 G층 본다비치 뮤지엄 서울숲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을 방문했다. 본다비치 뮤지엄에서는, 작가의 작품들을 고스란히 전시하는 타입이 아닌, 체험 및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컨버전스 전시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전시 역시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원안 그대로를 감상하는 타입을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르누아르전은 살짝 아쉬운 면이 있었다. 르누아르의 손길이 밴 온전한 회화 작품들을 만나보기는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기획팀의 의도는 충분히 잘 반영된 전시회다. 인상파 화가들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움을 강조하고자 했던 르누아르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핑크빛 가득 머금은 여성미를 온 몸 가득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 찍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획이었다. 내가 찾았을 때도, 커플, 친구 단위가 많았고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관람객들이 많았으니까. SNS용 사진 찍기에 좋은 배경을 찾고 있는 이들에겐 적극 추천하는 전시회다. 데이트 코스로 강력 추천! 하지만, 이 때문에 전시 작품들을 온전히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은 방해받을 수도 있겠다. 작품을 감상하고 설명을 읽을라치면,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아 관람하기가 다소 힘들었다.

사실, 이같은 전시를 '잘 관람(체험)'하는 방법들 중 하나가 예쁜 사진을 남기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나와 같은 사람들은 이런 전시를 애초에 찾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일 수도. 실제로, 체험형으로 기획된 이 전시에는 사진 찍기에 적합한 공간들을 다수 마련해뒀다. 거기에, 사진 찍는 팁까지 공개돼 있다. 즉, 사진을 위한 전시회장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있다는 거다. 물론, 공간들은 잘 구성돼 있다. 그동안 방문해왔던 여느 컨버전스 전시회들보다 미학적인 면에서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쩌면 '빛'을 그려낸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대적으로 해석한 전시라고도 볼 수 있겠다. 현대적인 소재들과 기법들을 활용해, 르누아르가 담아내지 못한 감성과 표현법들을 재해석한 전시이기도 하니까.

어찌됐든, 나의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 전시회의에서의 감상은 '예술적 감성이 밴 프로필 스튜디오' 같은 느낌이었다는 것. 르누아르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불우했던 그의 실생활과 그것을 초월해 따듯하고 찬란한 빛의 작품 활동들을 해왔다는 문구 뿐이다.

정리하자면, 회화 그 자체를 온전히 감상하고자 하는 분들께는 비추천. 데이트 코스, 사진 찍기에 좋은 체험형 전시를 찾고 있는 분들께는 추천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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