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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미술관 전시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에 다녀왔다. 샤갈의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에펠탑의 신랑신부'일 것이다. 이 작품에는 '샤갈의 오브제'가 모두 담겨있다. 사랑하는 남녀와 수탉, 염소와 바이올린 등이 그것이다. 샤갈이 그려낸 대다수의 작품의 주제는 사랑. 첫 번째 부인 벨라와의 강렬한 사랑을 표현해낸 것이다. 그 강렬함은 다채롭고 화려한 색채에서 두드러진다.

이렇듯, 사랑과 색채의 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샤갈.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작품들을 다수 만나보기는 어렵다. 전시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번 전시에서는 샤갈이라는 인물의 삶 전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속에는 벨라와의 사랑뿐 아니라, 부모와 조국에 대한 사랑도 포함돼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컬렉션 展'이기도 하다. 샤갈과 그의 딸 이다가 직접 기증한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작품에서는 샤갈의 색채 가득한 회화뿐 아니라, 판화와 삽화 등 다양한 활동 영역을 확인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삽화 작품들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이유는 흔히 봐왔던 샤갈의 작품들과는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학을 이해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영혼들>과 자 드 라 퐁텐의 <라 퐁텐의 우화>의 삽화를 확인할 수 있어, 보는 재미뿐 아니라 '읽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들 외, 샤갈은 부인 벨라의 책들에도 자신의 혼을 불어넣었다. 예술혼에 불탄 부부의 사랑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이었던 샤갈은, 전시에서 조국과 가족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당시 주류였던 큐비즘 작가들에 대한 반향이 밴 것들도 있다. 이같은 작품들은 이전 샤갈전이나 우리가 배우고 봐왔던 것들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것.

샤갈의 색채 가득한 작품들과는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나의 인생' 파트의 작품들을 볼 때는, 특히 '집중하여 자세히' 들여다봤다.한 장에 다양한 풍경들을 끌어모아 그리는가하면, 지독하리만큼 현실적인 묘사와 초현실적인 요소를 함께 그려넣은 작품들은 샤갈의 작품 세계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정리하자면,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은 샤갈의 인생 전반을 다룬 전시다. 그의 유년시절에서부터 벨라와의 만남과 결혼과 그 이후의 삶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린만큼, 샤갈이라는 작가에 대한 애정이 있는 관람객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행사다. 반면, 샤갈의 색채 가득한 유명작들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나는 좋았다. 작품에 빠지게 되면, 그의 인생과 가치관까지 궁금해지는 나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전시였다. 특히,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온 종합 예술인으로서의 샤갈을 만나볼 수 있었기에, 그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시는 오는 9월 26일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주말이나 휴일에 찾는다면, 너무 많은 관람객들 때문에 작품 감상에 흠뻑 젖기 힘드므로, 평일 관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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