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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브로피 초대展

따듯하고 유쾌한 노년을 그린 작가전

작가들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고, 관람객 역시 저마다 다른 전시 관점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 찾은 데스 브로피 초대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은 '따스함'이었다. 데스 브로피의 작품들은 정(情)이 배어있다. 대부분의 작품에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풍경화에서도 따스한 온도의 색채들 때문인지 따스함이 느껴졌다.



데스 브로피의 말만 확인해도, 그가 어떤 세계(작품)관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감상자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폭소가 아닌 미소, 입꼬리가 절로 지그시 올라가는 그런 묘한 기적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유쾌한 분이에요.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는 걸 좋아했고 
음악이 있으면 항상 춤을 췄죠. 
춤추는 노년 여성들을 그린 그림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춤추는 모습이 
마음 깊이 남아 그런 유쾌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참 좋아요.
제 그림 속에서 자신이나 가족,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아져 웃는 거거든요.'

'어떤 순간을 그림에 담아낼 때마다 완전히 그 작품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노인들이 삶을 즐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넓은 해안가의 모습도, 폭풍우 속을 향해가는 배의 모습도 모두 애착이 가죠.'




특히, 그의 작품들이 '더' 따스하고 유쾌했던 이유는 노년의 인물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위트와 발랄함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풍채 지긋한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여느 어린이들보다 더 가볍고 경쾌하다. 길이나 음식점 한복판에 선 그들에게는 여유와 위트가 가득한데, 무언가 즐거운 대화가 끊이지 않는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빗속에서도 그들은 밝다. 또한, 그들 주변에 함께한 동물 친구들도 왠지 모를 여유로움을 드러낸다.



데스 브로피 작품들 속 인물들은 나이와 풍채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데, 그래서인지 보는 이들까지도 편안함을 선사한다.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만이라도 편안함을 느꼈다면, 이 전시. 제대로 감상한 거다. 즉, 데스 브로피 초대전은 '힐링 전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따스하고 유쾌하고 편안한 느낌의 작품이 선사하는 위로. 나는 그걸 느끼고 돌아왔다. 작가의 의도대로 미소지을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부모와 함께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소재 면에서도 유쾌하니까!).



우리는 나이 듦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나이 들면 우울하고 재미 없는 일상들만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에 사로잡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데스 드로피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지닌 노인들도 많다. 빗속을 유쾌하게 뛰어다니고, 은밀한(?)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다. 사랑과 우정. 이것들만 있다면 괴로울 일이 한결 덜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Still in love'라는 제목의 작품이 참 좋았는데, 제목과 작품 모두가 내 마음을 훔쳤기 때문이다.

비록 전시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으나, 웹 서치를 통해서라도 데스 브로피의 작품들로 하여금 힐링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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