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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 추천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있는 것은 아름답다>를 찾았다. 그야말로,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던, 개개인의 존재 자체가 고결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진가 앤드루 조지에 의해 2년 여에 걸쳐 완성됐다.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 죽음을 앞둔 이들을 인터뷰하고 촬영한 것. 작가는 그 시간에 대해 '내 삶에서 가장 어렵지만 창의적이고 성취감을 느꼈던 시간'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사진과 인터뷰 발췌문, 손편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스무 명을 대상으로 했지만 수백가지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들 이상의 깊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있는 것은 아름답다>가 전하는 메시지는,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자기주도적인,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주는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고, 아낌없이 사랑하자는 것이다.

이 전시는, 죽음을 소재로 다루지만 감상자들에게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만든다. 우리는 살아갈 날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편협한 생각 때문에, 오늘 해야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생의 끝에 이르러서야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뒷전으로 미룬다. 가령, 사랑 같은 것 말이다. 가족에게 그 흔한 안부 한 마디 전하지 않고, 눈 앞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무용하다. 진짜 소중한 것은 사후에도 나를 기억하고 나와의 추억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을 쌓아가는 것 아닐까.

사진 속 인물들은 말한다. 우리에게 있어 '시간'이란 '편도 티켓'이라고. 그러니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말한다.
'여러분은 인생의 편도 티켓을 쥐고 있는 셈이에요. 인생을 허비하지 마세요.'
그리고, 슬프고 아픈 일보다 기쁨과 즐거움으로 삶을 채우라고 권한다.
'인생은 기뻐하며 즐길 일이 가득한데도, 우리는 참 즐기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친절하게 말하고, 질문에 배려 섞인 답을 하면 간단한데, 대부분은 그걸 참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같은 환경에서 자랐는데도, 여동생은 그렇게 어렵대요. 왜 그런지 모르곘어요. 전 플라톤 같은 철학자는 아니지만, 그들이랑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
'사랑에 빠지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전 그 동안 두 번 사랑에 빠졌어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이죠. 제겐 그만한 행복이 없어요.'


한편, 죽음과 가까워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가슴 아픈 인터뷰도 있었다.
'친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프고 보니까 친구들도 다 떠나 버리더라고요. 제 옆에 있어줄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 버렸어요. 그렇게 한 뒤로는 문자는커녕 눈길 한번 안 주었어요. 제 병이 옮기라도 한다는 듯이요. 대부분 무서워서 그런 것 같아요. 대체 뭐가 무서운 건지 모르겠어서 생각해 보는 중이지만요. 오히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라고 여겨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남아서 도와줬어요. 친구라면 곁에 있어야지요, 떠나면 안 되죠. 전 사탕발림 같은 말은 하지 않아요.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버리죠.'

역시, 힘들 때 '진짜 내 사람'을 알아볼 수 있나보다. 아플 때, 경제적으로 궁핍할 때 옆에 있어주는 이들이 진짜 내 사람이라는 것을 이 글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최악의 궁지에 빠져본 적은 없지만, 가벼운 관계는 무너지는 것 또한 한순간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필자를 포함해 국내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이 추천한 전시이기도 하다. 그의 전시에 대한 감상문을 옮겨본다.
'여기 있는 사진들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결코 우울하게 하지는 않는다. 죽음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죽음이 삶의 한쪽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무의미했던 것들에 감사하며 삶의 가치를 재정비하게 해준다. (…) 사람들과 아웅다웅 다투었던 문제와 걱정거리가 그다지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두려움, 잘못된 집착, 어리석은 가치 등 애초부터 우리의 발목을 잡지 말았어야 하는 것들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


맞다. 발목잡지 말아야 할 것들에 집착하는 우리들은, 이 전시를 통해 그간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있어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물론, 생각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보다 더 용감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사진의 피사체가 된 그들 역시, 죽음 앞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걸어왔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사실, 우리가 아무리 죽음에 대해 학습하고 생각한다고 해도, 그에 임박하지 않았을 때는 삶의 가치를 온전히 깨달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나 영화 감상, 독서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아무런 대비없이, 갑작스럽게 죽음에 이르고 말 것이다.

20대 후반에 죽음에 대한 영화와 책 등을 다수 접했는데, 이 전시 감상을 계기로 다시 죽음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고 학습해야곘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 내가 좋아했던 호스피스 병동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영화 <목숨>이 떠올랐다. 못 봤다면, 혹은 이 전시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면 감상해보길 권한다. 작품을 연출한 이창재 감독의 인터뷰 기록이 담긴 책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 역시 좋다.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꼭!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눈물이 울컥, 나는데 그게 슬퍼서만은 아님을 확인해보시기를.


책드로도 만나볼 수 있는 <있는 것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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