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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산>,
재미X감동 다 잡은 성장 드라마

모든 것에는 근원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로부터 태어났고 고향의 땅을 밞으며 성장해왔다. 어찌됐든,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걸어온 것은 아니다.


영화 <변산>은 이런 것들을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고향도, 가족도 버린 심장이 뻑난 무명 래퍼 학수(심뻑)와 고향에서 묵묵히 일과 글쓰기를 해나가는 선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학수는 6년 간 '쇼미더머니'에 참가하지만 매번 낙방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을 해나가고 있지만, 소신있게 자신의 삶을 랩으로 표출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찌됐든 혈혈단신 신분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고향 지역번호가 뜬 연락이 온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변산으로 내려가게 된 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용의자로 오해받기까지 한다. 한동안 고향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된 신세가 된 학수는, 그렇게 10년 만에 고향의 땅 위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고향과 아버지가 죽어도 싫은 학수는, 영화가 끝에 다다를 때까지도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때문에 고통받아왔기에, 그에게 몹쓸 짓까지 한다. 화내고 폭력을 가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복수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력은 답이 아니다. 이런 진리를 일깨워주는 이가 바로 선미다. 그녀는 학창시절, 학수를 짝사랑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못난 구석만 보이는 학수가 안타깝다. 그래서 선미는 학수에게 돌직구를 날린다. "넌 정면을 못 봐. 너도 네 아버지랑 똑같아."라고.

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안고, 불우한 환경 탓만 하며 살아왔던 학수. 하지만 '다행히도' 가사를 쓰고 랩을 하면서 자신의 한을 분출해왔던 그는 나름의 '개완(개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선미 역시 마찬가지다. 묵묵히 글을 씀으로써, 평단에서 인정받는 작가까지 됐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지만,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이렇게 '글로써 표현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학수가 학창시절에 썼던 시다. 가난해서 노을 밖에 내세울 게 없는 시골에서 자란 학수와 선미이지만, 그들은 그 노을 덕분에 래퍼와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이 사실을 학수는 10년 째 잊고 살아왔던 것이다. 글의 소재가 되는 부모와 노을, 그리고 갯벌(땅)과 같은 근원적인 요소들을 말이다.

촌스러움과 아버지가 싫어 지우고 살아왔던 고향의 면면들을 되돌아보고, 또한 흠뻑 빠져보면서(갯벌에서의 진흙탕 싸움) 자신의 뿌리와 과거를 되새기게 된 학수. 그는 확실히 성장했다.

이렇듯 <변산>은, 한 인물의 성장 드라마다. 충분히 공감할 만한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은 익숙하고, 그래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데, 이 영화는 매력 다분하다. 학수가 내뱉는 개완한 랩이 지닌 흥과, 전라도 사투리로 속어를 구수하게 소화해내는 인물들이 전하는 유머가 그것이다. 거기에, 보편적인 감동 포인트인 가족애와 우애도 어우러져 웃음과 눈물 모두를 터트리게 만든다.



한데, 이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감동 포인트는 문학적인 요소와 노을 풍광이 아닐까. 쓰는 인간들에게 영감이 된 노을은, 스크린 속 인물뿐 아니라 감독 이준익, 그리고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 노을은, 지치지도 않고 매번 색다른 모습을 선사하며 자연의 미덕을 뽐내왔다. 그렇기에 <변산>은, 세련되진 않지만 '예술적인'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스토리텔러 이준익 감독과 '심뻑'의 랩 가사를 직접 쓴 박정민(참고로 그는, '쓸 만한 인간'이라는 책도 냈다)이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얼마나 즐거웠을지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좋은 영화. 청춘에서 어르신들까지의 타깃을 넘나드는 <변산>. 개봉일은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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