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무소유가 강조돼 왔다. 채움보다는 비움, 무거움보다는 가벼움, 과욕보다는 모자라거나 소박함 등이 내면을 다스리고 발전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책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되어버렸다. 이는 거의 명백하다. 우선 우리는 물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면도 가벼워지고 그 속에 무언가를 채워넣을 수 있으니까….
보여지는 것들, 물질과 타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지자는 말과 글은 수도 없이 접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을 통해 '내면까지 가벼워'졌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우리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과 글을 많이 듣고 보아왔다. 하지만 그 힘들로부터 자유로워지라니…. 그렇다면 내가 방금 전까지 쌓아왔던 모든 지식과 정보, 경험들조차 날려버리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의 과거들을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란 말인가? 나는 과거를 통해 지금의 내 모습으로 서 있는 게 아닌가? 이 책은 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을 부인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 책을 쓴 저자의 글은 어디에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이 책은 다양한 사색거리를 던져줬다. 실제로, 책 속에서도 무수한 질문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이 책은 '생각'조차 거부한다. 기억과 생각 등도 모두 '낡은 것'이기 때문에 초월하라고 말한다.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배움도 위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쾌락, 고통, 공포 등에서부터 멀어지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동의하는 바일 테지만, 배움과 생각을 초월하라니….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생각과 배움 또한 '낡은 것'이라는거다. 생각의 자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며, 무엇으로부터의 배움 또한 '과거의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온전한 배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욕망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어떠한 경험을 통해 얻어진 쾌락 때문에 불안, 공포, 슬픔이 빚어진다고도 말한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결국 우리는 어떠한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 책의 메시지다. 책의 권위, 종교, 선생과 부모, 아내나 남편, 친구 또는 전통과 이데올로기의 권위로부터 벗어나야 진정한 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주의(집중과는 다르다)를 기울이고 '보아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사상이다. 인정한다. 우리는 '옳다'고 평가되어진 이데올로기나 사회적 권위, 신념 등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것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어떤 것을 '그래야 하는 것'과 '있는 그대로의 것'으로 나누는 것은 삶을 다루는 가장 기만적인 방법이다. - p. 126」 우리는 그래야 하는 것을 좇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것을 놓쳐버린다. 과거의 권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 '-볼거야'하는 것 또한 우려할 진술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거기에도 '생각'이라는 게 개입되어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나의 행복을 위해, 나를 찾기 위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에 관해 알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자신이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분석가나 철학자를 좇는 게 아닌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알려고' 하는 게 삶의 주 목적이다. 이미 '아는 것'들은 우리를 아는 게 아닌, 그들을 아는 셈이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 그래서 그는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생각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을 '가벼운 여행'이라고 명명한다. 책을 덮고, 모든 것을 잊으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가졌던 생각과 권위를 읽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출발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보라'고 말한다. 「그냥 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현상을 봄으로써, 말로써가 아니라 실제로 봄으로써 당신 자신을 쉽고 자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 p. 24」 「사실 진정으로 참된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다. 만일 다른 사람과 똑같이 자신을 탐구한다면 당신은 항상 남의 말만 듣고 따라가는 이차적인 인간에 머무르게 된다. - p. 26」
내가 나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자신의 선생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자신의 생도가 되어야 한다. - p.32」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우리는 내적으로 가난해야 하며, 내적 가난만이 삶의 진실을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아무 갈등도 없고 축복만이 기다릴 것이라는 게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의 핵심 메시지다.
여지 없이, 사랑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어떤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데에는 아는 것과 욕망, 쾌락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당신은 모르는가? 증오 없이, 질투 없이, 분노 없이, 그가 행동하고 생각하는 바에 간섭하려고 하지 않고, 비난 없이, 비교 없이 사랑하는 것. 당신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비교가 있는가? 당신이 어떤 사람을 온 마음을 다해, 온 심장을 다해, 온 몸을 다해, 당신의 전 존재를 다해 사랑할 때, 거기에 비교가 있는가? - p. 129~130」
욕망과 비교, 그 어떠한 권위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후 진정한 '지금의 나'를 위해 명상하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함을 강조하는 책<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가벼워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