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두려운 이들에게
많은 이들이 홀로 지내는 시간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것은 공포와는 다른 관념이지만, 외롭다는 것과는 자연스레 연결된다.
홀로 있는 시간이 외롭다는 것과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홀로 존재하는 시간이 없다면 성장의 시간도 줄어든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타인과의 만남과 소통 과정에서 우리는 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와 만나 나누는 대화 중에는 그렇지 않은 것들도 뒤섞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혼자의 시간 '또한 "상당수" 필요'하다.
책<(기대를 현실로 바꾸는)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읽었다. 요즘 들어, 일본의 인문(자기계발)서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인들은 '개인주의자'라는 명패를 달고 산지 오래이지만, 그래서일까? 타인의 시선에서 멀어져라, 혼자 있는 시간을 성장에 이용하라, 는 식의 주장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준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 있는 시간이 주는 성장의 동력을 역설(力說)한다. 그는 지금에서야 유명 교수로 이름나 있지만, 약 10여 년 간 '암흑기'였다고 고백하면서 고독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고독을 선천적으로 즐기는 인물은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그것과는 동떨어진 성격과 환경 속에 자라났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사춘기 시잘을 보내면서 '능동적인 고독'을 선택하게 된다. 저자 또한 고등학교 시절 중반부터 꽤나 자주 혼자가 됐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고독의 시간과 그것의 힘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한다.
책에는 '고독의 힘을 키우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는데, 이 모든 것들 중 연거푸 강조되는 것은 독서와 글쓰기다. 이미 그는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책으로 '독서의 힘'을 강조해왔다. 그랬던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도 독서의 힘을 역설한다. '나는 멋대로 고바야시 히데오, 괴테, 후쿠자와 유키치, 니체를 정신적 멘토로 삼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p. 84).' '히야시 다다오는 내가 고독의 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p. 156).' 등의 표현들로, 그의 멘토들을 소개한다. 이어, 지하수맥에 파고들기(자기성장)를 위해서는, 어쨌든 언어라는 도구가 필요하고 수맥을 파 내려가기 위해서는 선인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책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여 언제든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메시지를 들을 수도 있다.
이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 p. 140
더하여, 글쓰기도 고독의 힘을 키우는 데 큰 몫을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고독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다'면서, 일기를 쓰거나 목표를 향한 글을 반복적으로 쓰고 생각하면, 꿈과 생각이 자기 안에 깊이 뿌리내림으로써 성장의 동력이 된다고 덧붙인다. '사람은 일단 쓰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을 끝내고 타인을 대하면 훨씬 내실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고 토론에 들어왔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크게 다르다. 쓰는 작업은 내면을 파고드는 드릴이 된다. 내관의 대체법이 되어주는 것이다(p. 68).' 홀로 있는 시간을 읽고 씀으로써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실, 인간의 끝과 시작은 고독하다. 인간은 고독의 존재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론 살아가는 동안은 절대 홀로 지낼 수 없다. 하지만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외로움에 사무칠 것이 아니라, 우리는 나와 타인 모두가 '고독의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렇게 된다면, 홀로 있는 시간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어야 하는 우리는 쓸쓸함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고독을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내 감정의 일부로 여길 수 있다(p. 133).'
또 다른 '고독의 기술'로는, 자연의 품에 안겨있다는 몽상을 하는 것과 신체와 정신의 일체감을 중시 여길 것, 시 낭송, 허밍, 소리내어 노래를 불러볼 것 등이 제시된다.
저자의 말처럼, 현대인들은 고독을 못 견뎌하는 것 같다. 조금만 울적하고 기분이 가라앉아도 '쁘띠 우울'이라는 증상, 나아가 병적인 것으로 그것이 파악된다. 하지만, 우리는 능동적인 고독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수동적으로 그 시간에 놓여질 때도 있다. 그럴 때, 고독의 기술을 익히지 않았던 이들은 으레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고독의 시간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고독의 긍정성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론,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독을 즐기는 편이다. 고독할 때 무언가를 깊이있게 발견하고, 그것을 위한 활동들을 보다 깊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책에 대해 '지나치게 염세적인 게 아닐까'라는 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공감하고 기뻐했다. 사실, 염세주의자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보다 삶에 치열했다. 그리고 많은 문학에서도 인간을 고독한 존재로 표현해왔다. 책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자주 등장하는데, 나 또한 이 책을 좋아하기에 꽤나 반가웠다. 저자는 '철저히 혼자가 돼라'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진정한 '단독자'는, 혼자 있는 시간과 누군가와 함께인 시간 모두를 잘 보낼 수 있는, 감정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자라고 말한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저자의 인생책들과 소울메이트(선인)들, 그리고 그들의 명글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통해 많은 고독을 잘 활용한 멘토들을 알게 되어 또 하나의 기쁨을 발견한 셈이다. 고독의 긍정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홀로 있는 시간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다.
성장하려면 적어도 한 번은 익숙한 지점에서 빠져나와 그것들과 단절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p. 189
고독은 나와 위인들을 잇는 지하수맥이기도 하다.
나는 그 사실에 큰 희열을 느꼈다.
괴테가 파고, 다자이 오사무가 판 장대한 문화와 예술의 수맥은 깊고 넓어 막히는 법이 없다.
수맥을 향해 파 내려가다 보면 그들 또한 이전에 수맥을 판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지하수맥에 내려가다 보면 대단한 사람들이 북적이는 어마어마한 흐름을 볼 수 있다.
그런 고독은 하나도 두려울 게 없다. - p. 200
니체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런 말을 한다.
"제자들이여, 나는 앞으로 혼자가 된다.
자네들도 지금 가는 게 좋아. 모두 혼자가 돼라. 나는 그것을 바라노라."
니체가 글을 통해 몇 번이고 권유하는 것은 고독을 극복하여 단독자가 되고,
다른 단독자와 진정한 사랑을 나누며 함께하라는 것이다. - p.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