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부지런히 바다와 접촉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내 마음속에서는 만사가 헛된 꿈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밀물과 썰물이 있는 바다, 브르타뉴에서처럼 항상 움직이는 바다 말이다. 그곳의 어떤 해안에는 한눈으로 다 껴안을 수도 없을 만큼 광대무변한 넓이가 펼쳐져 있다. 얼마나 엄청난 공허인가! 바위들, 개펄, 물...... 날마다 모든 것이 전부 다시 따져보아야 할 문제로 변하는 곳이니 참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나는 자신이 밤의 어둠 속에서 어떤 나룻배를 타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곤 하는 것이었다. 방향을 가늠할 표적 하나 없었다. 길을 잃은 채, 어쩔 도리도 없이 길을 잃은 채, 눈에 보이는 별 하나 없었다. - 장 그르니에 산문집 <섬>
매일, 아니, 매 순간이 변화무쌍한 자연이라는 존재. 그곳은 장 그르니에의 생각처럼, 무존재일 수도 있겠다. 형태가 있지만 굳어있지 않고 늘 움직이는 자연의 부지런함, 그리고 그로 인해 늘 봐도 새롭게 느껴지는 존재들.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들은 이처럼 새로운 것이다. 또한, 변화무쌍한 것들은 그 변화의 정도를 예측할 수 없다. 아마, 바다와 하늘, 땅 역시 그들의 변화 양상을 예측하지 못하리라. 외부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유동적인 것들의 형태는 대체 몇 개나 될까. 이 의문을 품게 만드는 자연은, 그래서 경외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