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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회 '에르빈 부름' 개인전

현대카드 스토리지


9월 9일.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진행됐던(이제 끝나버렸다) '에르빈 부름' 전시회에 다녀왔다. 사실, 작가도 생소했거니와 전시가 진행 중인지도 몰랐는데 친구의 부름 덕분에 '생경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에르빈 부름 전시는 '체험형'이다. 단순히 회화나 조각 등 전시된 것들을 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관람객들 스스로가 '전시(예술)품이 되어보는'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전시. 이런 체험형 전시는 그닥 선호하지 않았기에 접해 볼 기회가 드물었는데, 웬걸! 실컷 웃고 나왔다.


그럼 먼저, 작가 에르빈 부름에 대해 알아보자.

에르빈 부름은 1954년 오스트리아생 출생으로, 빈과 림베르그를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이다. 그는, 2017년 57회 베니스 비엔날레 오스트리아 국가관 작가로 전시에 참여했으며, 파리 팔레 드 도쿄, 뉴욕 드로잉센터, 베를린 현대 미술관 등 여러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그의 작품은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럼,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들을 소개해보겠다.



전시회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 <Dumpling Car>.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와 색상으로 제작된 <Fat Car> 시리즈의 일환인데, 하늘색으로 도색된 이 작품은 한국 전시를 위해 작가가 특별히 한국에서 제작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부풀어 오른 듯한 형태와 하늘색으로 도색된 몸체. 마치 장난감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눈과 코, 입이 있는 얼굴처럼 의인화하여 작품의 희극적 요소를 가미했다. 재료가 된 소형차는 2014년 국제적인 디자인상인 'iF Design Award'를 수상한 현대카드의 컨셉 택시 <My Taxi>이다.



<Dumpling Car> 옆에 전시돼 있던 <Guggenheim-melting>은, 구겐하임 미술관의 나선형 지붕 형태를 살려 건축물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건물의 하단부는 흘러 내리는 듯 표현하여 건물이 가진 상징성을 파괴한다.



'녹는다'는 물질 변화를 통해 기존 질서의 와해와 소멸을 나타내고자 했던 작가는 건축과 조각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Fat House Moller / Adolf Loos>



작가가 비엔나에서 보았던 Adolf Loos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으로, 건축물의 내부 구조가 외부 형태를 결정짓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만들어졌다. 근데사회의 기능주의에 입각하여 장식의 사용을 배제하고 합리적 공간 구성에 주목하였는데, 부름은 이러한 건축의 구조적 단순함을 부피 변화와 관련된 조각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했다. 본래 건축을 본 따 만든 조각과 불규칙적으로 부풀어 오른 듯한 건물 조각의 대비를 통해 건축의 물성이 가지는 일반적 인식을 해체하고 조각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Me / Me Fat>



작가가 사진 속 모델로 직접 등장하여 자신의 살찌기 전과 후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From Size to XXL in 8 Days>에 등장하는 지시문을 자신이 직접 실행한 결과물로 신체의 외형적 변화를 대비시키는 방법을 통해 소비사회에서 날씬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모순된 사회적 분위기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Ship of Fools>는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오스트리아 국가관 대표작가였던 에르빈 부름의 개인전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이후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것. 거주공간이면서 동시에 이동수단인 캠핑카를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1970년대식 카라반 곳곳에 구멍을 뚫고 의자, 테이블 등 다양한 구조물들을 부착하였다.



어딘가를 여행하는 것은 단순한 거주공간의 이동을 넘어 새로운 삶과의 조우를 의미하는데,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민과 같은 이동성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 문화적 문제들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담고 있다.


<One Minute Sculpture> 시리즈 가운데 <Roast Yourself under the Sun of Epicurus>는 좌대와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램프 사이에 관람객이 자신의 머리를 60초 동안 위치시키는 형태의 작품이다.



여행 가방 위에 앉은 관람객이 "떠나라"라고 말하는 <Drift Away>를 포함한 작품들은 모두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오스트리아 국가관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작가와 관람객 등 사람 자체가 예술'이 되는 재미있는 컨셉트의 전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Double Bu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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