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녀, 아델>

<그녀, 아델>. 제목에서부터 미스터리함이 물씬 풍기는 이 소설의 작가는 2016년 <달콤한 노래>로 콩쿠르상을 수상했던 레일라 슬리마니이다. 우리나라에는 <달콤한 노래>가 먼저 출간됐었고, 데뷔작인 <그녀, 아델>이 이제서야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국내 출간 순서에 따라 나 역시 <달콤한 노래>를 먼저 접했었는데, '수상할 만하다'라는 느낌이 확 들었던 작품이었다. 여성 작가에 의헤, 한 여성의 내면과 외적 상황들이 섬세하게 그려졌던 소설이었기에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럼, <그녀, 아델>은 어떤 소설일까. 이번에도 작가는 한 여성의 심리와 행동들을 디테일하게 쫓고 묘사한다. 제목에도 드러나듯, 이 작품 속 인물은 '아델'이라는 여자다. 그녀는 수려한 외모에 남 부러울 것 없어보이는 가정을 이룬(의사 남편과 어린 아들이 있다) 서른 다섯의 신문기자다. 외모와 인텔리한 직업, 화목한 가정과 재력까지 갖춘 그녀. 남들이 보기엔 완벽한 일상을 보내는 것 같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남모를 사생활이 숨겨져(사실, 완벽하게 숨겨지지는 않지만) 있다. 그녀는 다름 아닌 '님포매니악'인 것이다.



숱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그녀. 사회적인 시선에는, 그녀의 이같은 행동은 용인되지 않을 뿐더러 비도덕적이라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독자는 아델의 색광증을 그저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녀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지적하거나 연민을 표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한 여성이 '왜 이 상황에까지 이르렀는가'에 대한 것들이다.



완벽해 '보이는' 아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결핍'이 존재한다. 나는, 모든 걸 다 갖췄다고 생각하는 타인의 시선이 오히려 그녀의 결핍을 더 확장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아델은, 그 결핍을 타인의 육체로 메운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특별한 이상형이나 이상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타인이면 되는 것이었다. 무서운 것은, 아델이 욕망하는 것은 내면이 아닌 '오로지 육체'라는 것이다. 제어할 수 없는 육체적 관계에 대한 욕망에 휩싸인 아델은, 평범함을 거부하고 자꾸만 새롭고 자극적인 상황(타인)을 찾아 헤맨다. 결국, 이것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걸 알지만 통제 불가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더욱 애잔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탐욕이 가해질수록 오히려 결핍의 구멍이 더 커져가는 아이러니. 욕망에 잠식당한 한 여성의 처참한 삶은 그야말로 '슬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 아델>은, 거부할 수 없는 욕망에 지배된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진짜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어떻게 보면, 완벽한 사람과 상황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채워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과도한 욕망과 그것을 채우려는 탐욕의 위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이 소설. 쉽게 표현되지 못했던 여성의 욕망에 대한 과감한 소재와 표현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섹슈얼리티와 슬픔이 뒤얽힌 이 소설은 쾌락의 타락을 직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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