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이들에게
“넌 꼭 작가가 되어라.” 초등학교 졸업식 때 담임 선생님께서 내게 하셨던 말씀이다. 뛰어난 솜씨는 아니지만, 몇 차례의 글짓기상 수상 이력이 있던 내게 해주셨던 선생님의 그 한 마디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뇌리 속에서 사그라질 생각을 않는다.
당시의 나는, 그 말씀을 그저 ‘졸업생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덕담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확연히 달라졌다. 진심 어린 응원의 말씀이었다는 생각에, 이 글을 빌어 그때는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의 뜻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리고 싶다.
내가 이 글을 떳떳하게 쓰기에는 변변치 않은 수준(작가라는 기준에 있어)이지만,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글쓰기의 끈을 놓지 않고 매달리기도 했지만, 세상엔 뛰어난 필력을 지닌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꽤 자주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낙방의 고배를 마신 탓에 한때는 글쓰기를 기피할 때도 있었다. 이후, 나의 학창시절에는 글에 몰두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게 됐다.
그렇게 성인이 된 후, 나는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로 진학하고자 했던 꿈도 접은 채 영상(영화)학도가 되었다. 물론, 이 선택 역시 내가 바랐던 꿈들 중 하나이고, 지금도 과거의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이유는, 영상에 대한 이론과 실전을 배워나가면서 다시금 잊고 지냈던 글을 쓸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와 논문 등의 장문과 광고나 홍보에 쓰일 카피와 같은 단문을 오가며 다양한 형태와 길이의 글을 쓰는 동안, 글쓰기 훈련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글쓰기의 흥미를 되찾았고, 학업을 위한 글이 아닌 ‘나의 글을 써보자’라고 다짐하며, 블로그에 나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누가 읽고 공감해주지 않더라도, 나의 삶을 잊지 않고 기록해나가는 일상은 소소한 재미를 안겨줬다. 물론, 글로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어주고 사랑해줘야 마땅하지만, 20대 초반의 나는 그런 원대한 꿈을 갖지도 않았기에 ‘욕망을 덜어낸’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매일, 적잖은 시간을 투자해가며 나의 이야기를 써나간 시간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의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작가라 불릴 만한 타이틀을 지닌 건 아니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고, 기자직에서 물러난 지금도 여러 매체에 기고를 하는 등 글쓰기를 놓지 않고 있다.
‘죽기 전에 내 이름으로 책 한 권 내야지’라는 다짐과 주변인들의 ‘책 내야지’라는 기분 좋은 압박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내가 책임질 수 있고, 만족할 만한 솜씨를 갖췄을 때’ 출판하는 것이 좋다는 주의라, 아직은 걸맞은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좋은 글을 내놓기 위한 과정에 놓인 지금은, 그저 매일 쓰는 습관으로 등단작가의 꿈을 다져나가고 있다.
또한 나는, 등단작가만을 작가라 생각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꾸준히 쓰는 사람이면 작가라고 생각하기에, 내 마음 속에서 나는 예전에도 작가였고, 지금도 작가이며, 훗날도 작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식 때 들었던 선생님의 덕담을 이룬 셈이다. 꿈이 꼭 원대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잠에서 깼을 때 ‘달콤했다’는 기분만 들어도 하루가 행복하듯,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해나가고 있다면 이미 꿈을 이룬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