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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씨엠립 여행,
타 프롬(따 프롬)

나무에 잠식당한 사원


앙코르 유적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인 타프롬(따프롬). 밀림에 버려지다시피 방치됐던 이 사원은, 아이러니하게도 무관심 덕분에 캄보디아의 인기 높은 관광지로 부상했다. 벵골보리수(반얀트리)의 뿌리들이 사원 전체를 뒤덮고 있는 이곳은, 인공과 자연의 합으로 완성된 곳이다.



현지 가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사원을 뒤덮은 나무들은 베어버릴 수도, 방치할 수도 없는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라고 한다. 과거에는 사원 속을 침범해 갈라지고 부서지게 만든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그들 '덕분에' 그나마 사원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타프롬은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로 명성을 날린 곳이다. 신비로운 동시에 다소 기괴한 형태를 띠는 사원 곳곳은, 보자마자 "와!"라는 외마디 감탄사를 내지르게 할만큼 충격적이었다(물론, 처음 접했을 때만). 다른 곳들에 발을 디뎌도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져, 흥미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무뿌리들은 마치 '화석'처럼 굳건하게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인간이 만든 것들을 낡고 닳게 마련이지만, 자연의 번식과 회복력은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원을 쌓아올린 돌들은 나무들로 하여금 허물어졌고, 그 잔해는 바닥 곳곳에 그대로 널부러져 방치돼 있었다. 확실한 자연의 승리다! 현재, 재건을 위해 인도 등 주변국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글쎄. 자연과의 싸움에서 과연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앙코르 유적지들에서 느꼈던 캄보디아인들의 위대한 건축술에 대한 감동과는 달리, 타프롬에서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더 깊이 와닿았다. 자연에 의해 굴복당할 수 있는 인류. 지구온난화와 환경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몸소 느끼고 있는 요즘, 앞으로 어떻게 자연을 대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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