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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여행:
톤레삽 호수, 깜뽕쁠럭

행복이란 이런 것!

씨엠립 여행 중 가장 평화로웠던 깜뽕쁠럭에서의 시간. 깜뽕쁠럭은 톤레삽 호수를 따라 형성된 미개척 마을이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데다, 밀림을 형성하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된 장소다. '동양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이곳. 자연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쪽배 위의 시간이 여느 것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깜뽕쁠럭으로 가기 위해 톤레삽 호수를 가르는 배를 탔다.



선상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은 호수 절경에 그치지 않았다. 호숫가에 집을 짓고 사는 캄보디아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수상가옥을 짓고, 민물고기 낚시를 통해 먹거리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그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만나보기 힘든 생경한 생활상이었다.



내가 찾은 12월은 건기이기에 호수 색이 황토빛을 띠고 있었다. 우기의 경우엔 최대 13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데, 이 때가 되면 호수 색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야말로 물의 색(투명한)을 띤다고 한다. 건기 때는 수심이 낮아져 흙빛이 더 도드라진다는 것.



건기에는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낚시꾼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할 때다. 그래서인지, '직업으로써의 낚시꾼'들의 모습도 줄곧 만나볼 수 있었다(우기에는 물고기 산란기이므로 어업을 금하며, 식용으로써 낚시를 하는 수준은 허용된다고 한다).


수상가옥의 평균 수명은 10~15년 정도라고 한다. 말뚝 소재가 나무인지라 물에 의해 썩을 우려가 큰데, 이를 수시로 체크해가며 재건한다고 한다(그들의 부지런함에 박수를!). 우리에게 익숙한 수상가옥형(말뚝 위에 집을 짓는) 외에도 뗏목 위에 가옥을 지어 수류(水流)에 따라 이동 가능한 이동식 수상가옥들도 이따금씩 만나볼 수 있었다.



깜뽕쁠럭 선착장에 도착하면, 뱃사공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뱃사공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쪽배는 2인이 탈 수 있는데, 100% 수동식이므로 관광객 역시 배의 중앙에서 어느정도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금만 몸이 기울어도 배가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


밀림을 이루는 맹그로브 나무는 도심 생활에 지쳐있던 내게 평화를 안겨다줬다.



그 어떤 인간의 소음이란 없었던 이곳. 나무 위를 오가는 원숭이떼와 녹음 그 자체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정말, 많이, 엄청, 매우!).



한참을 잘 가던 우리의 뱃사공이 풀숲으로 향하더니 꽃나무를 꺾었다. 그러고는 내 머리카락 사이에 꽃을 꽂아주고, 꽃나무 한 송이를 선물처럼 건넸다.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은 미소와 함께.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지라, 기분이 더 좋아진 나는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물론, 이 때 배가 흔들렸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1년 간 묵은 스트레스가 다 풀린 듯한 느낌을 받았던 순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런 게 '행복'이라는 것을. 휘황찬란한 멋이 없어도 행복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 깜뽕쁠럭에서의 순간. 평생 가도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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