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자베스의 죽음을 크게 애도하던 이와 연애를 한 적이 있다. 함께 드라이브를 하며 떨어지는 해를 감상하던 때였다. 누자베스의 곡들을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생을 달리한 그의 기일만 되면 괜히 슬픔에 잠기게 된다던 그의 고백(어떤 날은 하루종일 누자베스의 음악에 취해 집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더라). 당시 그 말을 들었을 땐 '이 사람 뭐야, 지나치게 감성적인 거 아냐?'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말. 얼마 전, 나는 비슷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됐다.
작가 허지웅이 암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날. 씨네21 기자이자 소설, 에세이 등을 펴내는 작가를 겸하고 있는 그의 열혈팬인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의 이름 석 자가 하루종일 포털사이트 1위에서 꿈쩍 않던 그 날. 내 기분은 하루종일 먹먹했다. 글 때문에 반했지만, 그 글을 써낼 수 있었던 내면과 특유의 분위기를 갖춘 외면, 자신의 목소리를 굽히지 않는 당당한 애티튜드까지. 허지웅은 단숨에 나를 매료시킨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아프다고 했다. 많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친분은커녕, 나의 존재조차 모를 인물이 아프다고 하는데, 나는 왜 그리도 가까운 사람이 아픈 것마냥 슬펐던 걸까. 그의 텍스트들을 찾아 읽은 것은 당연했고, 그를 보기 위해 씨네21 행사를 찾아다니기도 했던 나의 팬심이 더 이어질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부디 회복돼, 건강한 글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많이 힘들 것이다. 감히 이해할 수 없는 크나큰 고통이겠지만, 강단 있는 그는 잘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기다릴 좋은 글을 세상에 펼쳐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러길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이 모여 그를 서재에 앉혀놓을 것이다. 지금 그가 앓고 있는 것은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한 고난쯤에 그칠 것이다.
그는 책을 냈고, 나는 일방적으로 그의 글들을 접했다. 직접적인 교감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활자들로 하여금 이어진 존재다. 이 커넥션이 멈추지 않길 바란다. 힘 내요, 허지웅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