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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의 매력에 풍덩!
책 <걷는 사람, 하정우>

배우, 감독, 화가, 작가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이는 하정우. 하지만 그는 걷기에도 열을 올리는 걷기 예찬론자이다. 직업으로 붙여줘야 할 정도로 열심히 걷는 그는 책 <걷는 사람, 하정우>를 통해 걷기 전도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책에는 작가의 걷기 철학과 찬사, 노하우와 루트까지 공개돼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나도 한 번 걸어볼까?'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글들이 가득하다.


하정우에 대한 팬심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그에 대한 애정도가 더 깊어졌다. 업무 수행만으로도 힘들 것 같은 그는, 심신 건강을 위해 걷고 또 걷는다고 한다. 걷기를 통해 스트레스도 날리고, 걷는 동안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등 다양한 사유를 한다는 그. 이렇게 건전한 사람이었다니, 놀람과 동시에 존경(비슷한 감정)에 휩싸이기까지 했다.


매일 3만 보 정도 걷는다는 하정우의 하루는 러닝머신 위에서부터 시작된다. 직장, 촬영장 등 웬만한(사실, 웬만해선 웬만하지 않은 거리다) 목적지까지는 걸어다닌다는 그는 강남에서 홍대, 심지어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까지도 걸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와이에서는 10만 보 걷기까지 완수했다고 하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잘 걷는 만큼 잘 먹기도 하는 그(이미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는 요리도 꽤 잘 하는 편이라고 한다.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먹는 집밥 메뉴들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심지어 '집밥 하선생'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고...


그의 걷기 능력은 2012년 <577 프로젝트>라는 영화에서 공개된 바 있다. '영화를 위한 걷기'를 했다고 생각하면서 봤던 영화인데, 이 판단을 했다는 게 미안해질 정도로 하정우는 걷기를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 발견한 하정우의 또 다른 의외성(?)은 독서도 좋아한다는 점. '걷기 패밀리'들과 독서 모임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니, '이 남자 느낌있네 그려'.


사진 2.jpg


나 역시 걷기를 좋아하지만, 이 책을 접하면서 한 번 더 걷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루틴에 염증을 느끼거나 과도한 스트레스에 휩싸일 때면 훌쩍 떠나는 습관을 지닌 나는, 새롭게 발 디딘 곳에서 무작정 걷는다. 어쩌면 내 여행의 목적은 걷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낯선 곳을 걸으며 만나는 풍광과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이 되고, 피로해진 다리와 발, 시야는 그날 밤의 꿀잠을 보장해준다. 이렇게 숙면을 취한 후 일어나면 잡념들이 사라지곤 한다. 이것이 나의 리프레시 전략이다.


하정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틈만 나면 걷는 그는 불면증을 느낄 새도, 스트레스로 괴로워할 새도 없다고 고백했다. 술자리가 있어도 새벽에 이르면 쏟아지는 잠 때문에 일찍 귀가할 수밖에 없다고. 이렇게 신데렐라스러운 하정우의 모습!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의외성이다.


배우로서는 이미 확고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정우. 하지만 감독, 화가로서의 인지(인기)도는 아직 높지 않다. 이 점에 대해 늘 고민하고 더 나은 작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도 엿볼 수 있었다.


이렇듯 <걷는 사람, 하정우>는 여러모로 하정우가 자신의 매력을 어필해놓은 책이다(자화자찬 식은 아니지만, 독자들은 그에게 더 빠져들게 될테니 이렇게 적어도 괜찮겠지?). 머리만큼 발도 큰 그가 제시하는 걷기의 효능과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에서]


도저히 나가서 걸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날, 혹은 걷다가 체력이 달려서 집으로 당장 돌아가고 싶었던 날, 그런 순간들을 견디게 만든 것은 결국 걷기를 다 마치고 돌아올 때의 성취감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그러니 어쩌면 한 걸음 한 걸음은 미래를 위한 저축 같은 것이다. (81쪽)


걷기의 매력 중 하나는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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