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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토> 리뷰, 그 찬란했던 여름


1981년 레닌그라드. 이곳에서는 적국의 음악이라는 이유만으로 로큰롤을 금기시했다. 그럼에도 사회적 풍토를 거스르고 열정을 발휘하는 인물들은 있기 마련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록밴드 주파크의 리더  마이크가 그랬다. 규제 안에서만 음악을 할 수 있었지만, 그의 아내 나타샤가 응원으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크는 빅토르 최라는 인물을 우연히 만난다. 빅토르의 자작곡을 듣고 신선한 자극을 받은 마이크는, 그 곡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도록 지지에 나선다. 잦은 접촉으로 인해 빅토르와 마이크 내외는 가까워지고, 이 셋은 묘한 삼각관계에 놓이게 된다.



<레토>는 구소련 록의 선구자로 불리던 빅토르 최와 그의 멘토 마이크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빅토르가 유명해지기 이전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가 영웅이기 이전에 방황했던 청춘기를 그려낸다.



이 영화가 여느 전기물들과 갖는 차별점은, 업적이 아닌 과정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억압과 불안의 상황 속에서도 스타가 될 수 있었던 한 청춘의 분투기를 통해 열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레토>는 예술가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자신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믿음, 자유분방함과 열정 등은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흑백의 화면 위에서 보다 영롱함을 발휘하는 빛과 이따금씩 등장해 강렬함을 뽐내는 색채들로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무엇보다 '이것은 없던 일이다'라면서 등장하는 상상 속의 장면들과, 청춘들이 나체로 바다 속에 뛰어드는 모습들을 통해 억압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나는 이 영화를 감기약을 복용한 후 관람했다. 영화 속 청춘들이 술에 취해 뛰어다닐 때, 나 역시 약에 취해 그들의 동선에 정신을 맡겼다. 오히려 이런 상태여서, 영화에 더 심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따금씩 몽롱함과 나른함에 취해 눈이 감기려 할 때쯤, 귀를 자극하는 음악들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다행히 졸지 않고 관람할 수 있었는데, 이 진귀한 경험. 나름대로 좋았다.


이 영화는 낭만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감독의 세련된 연출로 탄생한 영상미는 물론, 감미로운 음악들도 낭만을 배가시킨다. 개인적으로, 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빅토르의 음악들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낭만의 정서를 한껏 끌어 올리는 요소는 단연 로맨스다. 레토와 나타샤가 은밀하게 이어가는 사랑은 자극적이지 않기에 작품의 분위기와 더 어울린다.



빅토르 최가 빛나는 이유는 거칠고 불안한 현실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음악은 물론, 사랑까지 아슬아슬하게 이어가야만 했던 그의 청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다.


영화는, 당신의 청춘은 빅토르 만큼 빛날 수 있다고 말한다. 금기시된 일(음악)과 사랑을 했던 인물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자신을 믿고 나아가자는 것. 돈 한 푼 없어도, 애착과 열정만으로도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청춘의 시기. 이처럼 <레토>는, 가장 밝고 색이 차오른 지금의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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