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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이블>, 일상의 특별함


영화 <더 테이블>은 하루 동안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네 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더 테이블>은 일상적인 동시에 특별하다. 스크린 속 배우들이 아닌 평범한 우리들도 카페를 즐겨 찾는다. 독서, 글 쓰기 등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거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장소로 카페만큼 최적인 곳도 없다. 덕분에 카페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꽤나 친숙하다.


하지만 특별한 것만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영화라는 매체가 카페라는 한정된 공간을 선택했다. 그것도, 한 테이블만 택해 그곳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덕분에 관객은 다른 조건들은 무시한 채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주인공은 총 여덟 명. 점심시간 무렵 만난 옛 연인의 에피소드가 시작이다. 이제는 추억이 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옛 이야기들과 배우가 된 여자의 루머를 확인하려는 남자의 대화로 이어진다. 씁쓸한 상황이다.



두 번째 주인공들은 꽤 오랜만에 만났다. 몇 개월 간 여행을 다녀 온 남자가 귀국한 후 여자에게 연락한 듯 보인다. 몇 차례 만나지 못했고,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서로의 관계는 서먹서먹하다. 하지만 남자는 용기를 내 여자에게 고백한다. "파스타 만들어 줄게요."



세 번째 에피소드는 결혼사기를 위해 만난 두 여자다. 하지만 둘은 대화를 통해 묘한 교감을 형성한다. 잠시 동안이지만, 서로를 딸, 엄마처럼 여기는 두 사람의 에피소드는 남녀 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밤에 만난 두 사람 역시 옛 연인으로 보인다. 결혼을 앞둔 여자, 아직 혼자인 남자의 위태로운 이야기. 욕망이 깃들어 있는 동시에 다분히 현실적이다.



이렇게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진 <더 테이블>은, 타인의 이야기를 관음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라도, 카페에서 낯선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영화는 카페를 신선한 공간으로 인식시킨다. 매일 비슷한 상황 위를 걷는 우리들에게, 카페를 찾는 타인의 이야기들은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일 수 있는 이야기들도, 낯선 이들에게는 새로움이 될 수 있다.


몇몇, 아니 많은 창작가들이 <더 테이블>이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품의 소재를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곳곳에서 소재를 발견하는 재능이 있다. 장소는 카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러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타인을 관찰하거나 산책을 하며 같은 공간을 걷는 이들의 사연에 귀 기울인다.


이렇듯 영화는, 일상도 작품(미학)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것을 봐도 다른 것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한 법이다. <더 테이블> 속 인물들은 사랑이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대화를 이어나간다. 사랑이라는 하나의 관념이 어떤 사람과 상황에 놓이는가에 따라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될 수 있다. 세상은 이처럼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라는 점을 한 번 더 인지할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영감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세상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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