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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미술관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 리뷰

2019.01.20.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피카소와 큐비즘展'에 다녀왔다. 이 전시에서는, 서양미술사에서의 위대한 미술 혁명인 큐비즘(입체주의) 미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의 기획 의도는 큐비즘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것 외에도, 해당 사조가 미술계에 미친 영향과 의미를 인지시키는 것에 있다. 미술계의 판도를 뒤바꾼 큐비즘의 의의를 새길 수 있는 기회다. 전시명만 보고 다수의 피카소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관람객들은 실망할 수도 있을 것.

전시장에는 총 90여 점의 원화들이 전시돼 있다. 큐비즘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1점)과 함께, 이 사조의 포문을 연 후기 인상주의 화가 세잔, 피카소와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브라크, 그 외 섹시옹 도르(황금분할파)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섹션은 큐비즘의 연대기를 확인할 수 있게끔 구성돼 있다. 큐비즘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진의 작품에서부터, 피카소와 브라크, 그 외 아카데믹한 큐비즘에서 벗어난 야수파와 큐비즘의 사조가 결합된 작품들에 이르기까지를 다섯 개의 섹션(▲입체주의의 기원: 세진과 원시주의 ▲입체주의의 발명: 피카소와 브라크 ▲섹시옹 도르와 들로네의 오르피즘 ▲1, 2차 세계대전 사이의 입체주의 ▲대형 장식화: 1937-1938)으로 선보인다.

사실 큐비즘은 대중들이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사조 중 하나다. 난해한데다 한 눈에 봤을 때 아름답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피카소의 작품들을 (뚫어져라)감상하고, 해석하려 했으나 늘 한계에 부딪혀 왔으니까.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나는 '굳이 해석해야 하나?'라는 결론을 지었다. 내가 이 전시를 찾은 이유는 큐비즘이라는 미술의 한 '시대(역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왕 학습의 목적으로 전시를 찾았기에, 도슨트 시작 시각에 맞춰 전시장을 찾았다. 도슨트는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의 총감독인 서준수 박사가 직접 진행했는데, 위트있는 설명 덕분에 지루함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설명 도중 "모든 예술은 호기심과 파괴로부터 시작된다."와 "역사는 기록에 의한다(더 열심히 내 삶을 기록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어줘서)."는 말들은 아직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호기심과 파괴. 이것이 큐비즘이 현대 미술에 미친 지대한 영향이다. 큐비즘의 탄생 이전까지만 해도 무려 500여 년 동안 아카데믹한 예술 작품들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디테일한 묘사에서 벗어나 대상의 본질에 집중해 감성보다는 이성에 근거한 사조인 큐비즘이 탄생하면서 새로운 물결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전시 에는 현대 미술에서 볼 수 있는 추상, 기하학, 초현실주의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여럿 보인다. 특히, 페르낭 레제의 작품들에서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들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처럼 큐비즘은 현대 미술의 다양성의 기틀이라 볼 수 있다. 이 사조가 탄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인상주의 작품들만 접하고 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피카소와 큐비즘>을 통해 '큐비즘=피카소'라고만 생각해오던 좁은 견문이 조금은 확장된 기분이었다. 피카소가 인물 중심의 큐비즘을 정립시켰다면 브라크는 풍경 중심의 큐비즘을 창조한 인물이라는 것, 회갈색과 푸른색만 주로 썼던 피카소, 브라크와는 달리, 원색을 그대로 반영한 야수파와 큐비즘을 조합해 보다 미학적인 작품들을 완성해낸 다른 작가들도 알게 되어 기뻤다.

이 전시를 관람할 계획이라면, 꼭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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