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삶 2.
일의 크기와 순서

프리랜서가 된 이후부터는 일을 '더 하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퇴사를 '지른' 후 새 직장을 구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회사에서는 멀티 플레이어를 원한다는 점이다. 한 우물만 파는 게 정석인 시대는 지났다. '개인이 곧 브랜드'가 된 현 시점에서는 개인이 기업과 같이 완성도 높은 결과치를 내야 한다. 물론, 혼자서 모든 걸 다 잘 할수는 없다. 멀티 플레이어의 조건에는 인재 관리를 잘 하는 것도 포함되니까. 실력 있는 사람을 잘 관리해서 그에게 비용을 주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능력 역시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를 일궈내는 일면이다.


하지만 회사는 가성비를 원한다. 이왕이면 적은 비용을 들여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인재'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 온라인 마케터 경력만 약 8년차인 나는 그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업무 능력을 쌓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범주를 넘어 통합 마케터가 되기를 바랐더니 내가 하던 업무는 마케팅이라는 넓은 개념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 배우자'는 생각을 했다. 한 가지 업무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과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흘러가버리는 세월을 생각하니 '아차' 싶었다. 나이가 들어간다면 어디에 가서든 책임급 관리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려면 디테일한 실무 능력은 없을지언정 전체적인 흐름과 일의 개괄적인 요소들은 충분히 파악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나의 실력이 부족함을 절실히, 아주 확실히 깨달았다.


더군다나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은 이 깨달음에 더욱 공감하고 있다. 내가 여러가지를 할 줄 알면(잘 할수록 좋다) 시간과 비용 절약은 물론,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만한 결과물은 아닐지언정 스스로 만족할 만한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이와 같은 과정에서 책임감이라는 정신까지 얻을 수 있다. 직장에 소속돼 있을 때는 혼자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일이, 프리랜서가 되면서 온전히 나의 것이 되면서 일에 대한 욕심, 책임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왕이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재의 나를 자찬한다.


덕분에 자존감도 높아졌고 생활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의무감에 오가던 직장, 시간과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를 버텨왔던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어지는 일에 대한 편견도 줄어들었다.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어느 정도 직급이 있는) 이해할 것이다. 내게 주어진 일의 크기에 대해 평가하는 것. 가령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닌데?'라며 아래 직급의 직원에게 어떤 일을 던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일을 나눠 하던 때에는 일의 크기를 분별하고 '내가 굳이 안 해도 될 것들'을 재단했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기에 A to Z를 직접 한다. 또한 하는 만큼 벌어가는 형태이다보니, 일의 크기를 가름할 겨를이 없다.


일의 크기는 돈, 이라는 생각도 사라졌다. 앞서 언급했듯 배움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후에는 '이왕이면 많은 경험을 쌓자'는 주의로 바뀌었다.


물론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순서를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마감일을 인지하고 제시간에 이왕이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 어디에서나 중요하다. 스케줄 관리는 프리랜서의 중요한 덕목이다.


나는 이제부터 조금씩 경험치를 늘려갈 것이다. 물러진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어나가기 위함이다. 과욕 부리지 않고, 성급해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느리지만 확실한 경험을 쌓아갈 것이다. 이제는 그래야 할 상황, 그리고 나이이기도 하니까.


나를 잡기 위해 다시 시작한 운동. 한 달 남짓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일 짧게라도 행하고 있다. 이 활동에 대한 글을 이전 포스트에 공개했더니 누군가가 '의지근육을 키우고 있군요'라는 댓글을 남겨줬다. '의지근육'이라는 단어와 좋은 글을 남겨준 그 덕분에 '더 열심히 단련시켜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현실에 안주해, 이왕이면 더 적게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세상은 변해가고 있고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간다는 것. 누군가는 배움이 멈춘 삶을 노인의 정의라고 했다. 일의 크기를 재단하기보다 자기 발전성에 주력해보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는 오늘이다.


20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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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삶에 아름다움이 피어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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