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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오 브라더, 오 시스터!>

'일본의 맛'이 살아있는 정겨운 가족드라마

일본의 느린 감수성을 좋아하는 나. 그리고 그러한 감수성이 반영된 일본영화들은 언제나 내 마음에 힐링을 선사해준다. 쉼, 여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 평소에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스스로 찾고 깨닫게 만들어주는 영화들이 참 좋다. 물론, 누군가에겐 이러한 영화들이 즐길 이유가 없는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취향에는 딱이다.


주연배우 둘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일본 배우들이다.


영화<카모메 식당>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카타기리 하이리와 사랑스러운 외모에 편안한 느낌이 좋은 훈남 무카이 오사무가 누이와 동생 역을 맡았다.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 브라더, 오 시스터!>는 나의 감상 이유였다. 그리고 그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에는 일련의 색채란 게 있어서, 내가 바라던 영화풍일 것이라는 의심할 여지 없는 기대감도 있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 온 요리코와 스스무(남매). 어릴 땐 살인의 충동까지 느꼈던 누이였지만,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모태솔로 요리코와 얼마 전 실연을 경험한 스스무는 '썸을 타는가' 싶더니, 결과는 안타깝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은 한 뼘 더 성장했고, 둘의 관계 또한 두터워졌다


역시나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는 요리코를 둘러싼 에피소드.분명히 슬픈 상황인데 보는 사람은 웃을 수밖에 없는 매력이 가득한 장면들은 일본 코미디영화 특유의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렇다할 특이성이나 훌륭한 연출로 이뤄진 작품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영화 특유의 소소한 감수성·코미디를 맛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은근하게 밀려오는 감동, 잔잔히 흐르는 강물이 주는 빠져들 듯한 매력을 지닌 <오 브라더, 오 시스터!>다. 역시나, '식사 장면'은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식구이기 때문이다. 밥 짓는 냄새를 좋아하는 스스무. 조향사인 그도 반한 '향'. 그 느낌! 나도 무엇인지 알기에 '향에 대한 정서'까지 공유할 수 있었다.



그가 회사에서 지시받은 '감사의 향을 찾으라'는 미션에 대한 답을 준 장본인은 그의 누이였을 것. 가족이 소중하고, 감사함의 대상인 건 알지만 우리는 늘 잊고 살아간다. 너무도 당연하듯 공존하니까! 하지만, 그들의 존재에 대해 재고하고 고맙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한다면 행복은 배가될 것이다.


마주앉아 식사할 기회조차 많이 없는 현대인들의 가족 행태. 이 영화를 보며 '식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면, 추천의 보람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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