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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안도 타다오> 리뷰

안도 타다오, 그가 세계적인 건축가인 이유

<안도 타다오>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건축과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안도 타다오는 워낙 유명한지라 한번쯤은 스쳐 접해봤을 법하다. 우리나라에도 제주의 본태 박물관, 원주의 뮤지엄 산 등 그의 철학이 밴 건축물들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 영화는 나의 추억을 회상케 만들기도 했다. 나오시마 섬의 지추(지중해) 미술관을 관람했던 시간을 떠오르게 했다.


지추 미술관


모든 공간에 자연이 살아 숨쉬는 장소였는데, 덕분에 몸의 모든 감각이 확장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걸음씩 발을 뗄 때마다 빛과 소리의 변화를 인지할 수 있었던 공간. '이것이 예술이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들어줬던 시간이었다.



현대 건축 비평가인 K. 프렘턴(K. Framton)은 안도 타다오를 '일본에서 지역성을 가장 의식하고 있는 건축가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즉, 안도 타다오는 지역성을 고려해 건축물을 쌓아 올리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건축물은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들보다 훨씬 빛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조화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고베의 '로코 하우징'은 경사가 약 60도 정도 기울어진 대지에 지어진 집합 주거 단지다. 안도 타다오는 대지를 평지로 만들지 않고 경사면을 유지한 채 건축물을 쌓아 올렸다. 지역 고유의 특징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돋보인다.


로코 하우징


교토의 '우츠보 공원의 집' 안에는 작은 공원이 있다. 하지만 안도 타다오가 지역성을 고려해 완성한 집 안의 공원은 그가 창조한 공간보다 훨씬 넓어 보이는 효과를 자랑한다. 실내에 테라스를 두어 집 안에서 우츠보 공원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고, 자연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에 빛의 변화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제공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전했다. 특히 안도 타다오는 '나무가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나무의 쓰임을 강조했다.


우츠보 공원의 집


"건축이란 터를 읽는 일이에요. 이 터를 본 순간 공원을 어떻게 집어넣을까 생각했어요."


늘 자연 속의 건축물, 건축물 속에 자연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안도 타다오의 철학이 드러난 대표적인 공간으로는 '빛의 교회', '물의 교회', '물의 절' 등이 있다.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열린' 건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그의 건축물을 접해봤다면 어느 것 하나 '완전히 막힌 곳이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안도 타다오의 공간에는 빛과 바람, 물과 나무가 늘 공존하고 있다. 그의 건축물들이 더 빛날 수 있는 이유에는 우리가 자연에 대해 느끼는 경외, 숭고함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빛의 교회


한편,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는 철학은 '미니멀리즘'이다. 단순하지만 질서가 확실한 기하학 형태로 구성된 것이 대부분인데, 이는 자연의 비정형성과 대립 관계를 이루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이뤄낸다. 그가 건축물을 쌓아 올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름 내부였다. "건축은 밖에서 형태가 안보이는 게 좋아요. 풍경을 가리잖아요. 외형보다 내부에서의 체험이 더 중요해요."


안도 타다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가 굉장히 엄격하고 까칠한 인물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는 누구보다 소탈했다. 물론 일을 할 때는 면밀하고 섬세한 면을 드러냈지만 "젊다는 것, 청춘이라는 건 말이죠. 겁이 없는 시기예요.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하면 되죠. 인생 한 번인데 안 되면 사과하지 뭐"라면서 쿨한 면모를 내비쳤다.


안도 타다오


더하여 도전적이었다. 성공한 모든 인물들에게 확연히 드러나는 열정의 에너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성장할 수 없다면 전 포기합니다. 한 단계 위로 가려는 마음이 사라지면 일을 접는 게 나아요. 하지만 도전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해야죠. 죽을 각오로요." 그는 노령인데다 암투병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를 '더 존경'하게 됐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들을 들르는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훌륭한 공간 속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염증과 스트레스를 덜 수 있을 것 같아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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