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개봉 예정작 <82년생 김지영>은 원작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던 탓에 기다려지는 영화다. 더군다나 김지영 역을 맡은 배우가 정유미라 더 궁금해지는 작품. 82년생을 연기하는 83년생 배우는 이 작품 속에서 더 진심 어린 연기력을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본인이 직접 쓴 책의 평 중 일부를 정리해본다. '내가 처음 만난 2015년의 김지영 씨는 이상했다. 남편 정대현 씨의 장모님이기도, 그의 옛 연인이기도 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김지영 씨는 주변 여성들 중 누군가가 되어 상대를 대하곤 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대체 무엇이 김지영 씨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책은 김지영 씨의 과거로 이동한다.
소싯적부터 연대기 순으로 김지영 씨의 삶을 보여주는 <82년생 김지영>은, 2015년의 김지영 씨의 정신이 비정상이 된 이유들을 짐작하게 만들어준다. 소설에는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김지영 씨라는 인물과 그녀의 지난 삶들은 그다지 독특하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하다. 물론, 누군가로 빙의돼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장면들은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누군가는 겪어봤을, 혹은 주변에서 익히 목격할 수 있었던 82년생 여자의 삶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김지영 씨와 비슷한 연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필자는 김지영 씨보다 다섯 살 아래다. 또한, 김지영 씨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꽤 비슷한 소싯적 삶을 보냈다. 김지영 씨의 삶을 들여다보던 중 자주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녀의 삶과 입장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십분 공감한다고는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김지영 씨의 삶이 한없이 슬펐다. 그녀와 그녀의 삶을 그러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이 소설이 슬펐다. (…)
책 <82년생 김지영>은 남녀 모두 읽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명징하게 바라봐야 한다. 허구보다 사실에 가까운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들은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준다. 여성은 아프고 괴롭지만 이 현실을 다시금 인지해야 하고, 남성은 ‘나는 아니야’식의 발뺌보다는 자신의 행동들을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많은 남녀들의 가치관은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뿌리박힌 가치관들은 법과 제도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실정이다.
이 책이 더욱 안타까운 점은, 비단 김지영 씨와 그의 전 시대 여성만이 고초를 겪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지영 씨의 딸 정지원 역시 남성의 가치관과 남성 우월적 법,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고초를 겪어나갈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탄생부터 폭력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명확한 문제다. 성별에 상관없이 인간은 존재 자체만으로 위대하다. 일부가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82년생 김지영>은 현실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해쳐나가야 할 과제를 던져주는 사회소설이다. 뚜렷한 타깃 없이 모두가 접해야 할 보고서다. 성별에 대한 피로와 공포 없이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그로부터 대우받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투, 페미니즘(페미니스트) 등 여성에 대한 말들이 많았던 요즘.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배우들이 얼마나 이 현실을 잘 묘사해냈을지에 대한 기준을 갖고 영화를 관람할 것이다.